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 선수단이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한국 대표팀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주장 김현수, 이정후 등 WBC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하나 둘씩 고향 땅을 밟았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취재진이 몰리고 선수들을 보기 위해 많은 팬이 공항에서 대기했다. 오후 5시 20분이 지나 선수단이 짐을 찾고 나오기 시작했는데, 선수들은 침묵을 지키며 서둘러 떠났다.
이강철 감독만 대표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고, 주장 김현수를 비롯해 선수들은 인터뷰 없이 바로 제 갈 길을 갔다.
한국은 13일 일본 도쿄에 있는 도쿄돔에서 중국과 1라운드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2-2,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지난 2013년, 2017년에 이어 대회 3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한국은 호주, 일본에 패하면서 이미 8강 자력 진출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호주와 체코의 경기 결과에 한국의 운명이 걸려 있었는데, 호주가 체코를 잡으면서 3승 1패로 일본(4승 무패)에 이어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을 크게 무찔렀지만, 누구도 활짝 웃지 못했다. 귀국길도 마찬가지였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 감독은 취재진을 만난 후 처음 한 말이 “죄송합니다”였다.
팬들은 감독, 선수들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선수들은 황급히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취재진과 팬들이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쫓아가면서 귀국 장면을 담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는 무거웠고, 선수들은 빠르게 이동했다. 1라운드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내내 좋지 않았다. 특히, 호주와 일본 상대로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양준혁 등 야구계 선배들은 쓴소리를 계속 던졌다.
그러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때문에 이 감독이 “선수들은 정말 역대급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선수들에게는 (비난을) 자제 부탁한다”고 말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감독은 “비난은 나에게 해달라. 선수들은 이제 돌아가서 야구를 해야 한다”고 부탁했다.
KBO 시범경기가 13일부터 시작됐고, 다음 달 1일 KBO리그가 개막한다. 선수들이 씁쓸한 기억을 잘 털어버리고 팬들 앞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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