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촉진제가 될까?
한국대표팀이 제5회 WBC 대회에서도 1라운드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한국야구의 조종이 울린 듯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야구는 또 해야 한다.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다음 대회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귀중한 경험을 했던 젊은투수들의 약진이 중요하다.
대회가 열리자 가장 취약했던 분야는 마운드였다. 전력의 70%를 차지하는 마운드가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호주와 일본전에만 22점을 내주었다. 우려했던 약한 투수진 리스크가 그대로 드러났다. 추신수가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이냐"며 비판했지만 두 선수를 안뽑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선수층이 약했다.
이번 대회에는 젊은 투수들이 많이 참가했다. 15명의 선수 가운데 원태인(삼성), 박세웅 김원중(롯데), 이의리(KIA), LG 고우석 정우영 김윤식(LG), 곽빈 정철원(두산), 소형준 고영표(KT), 구창모(NC) 등 영건들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대표팀을 이끌 투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박세웅, 원태인, 이용찬, 곽빈, 정철원, 김원중은 나름 존재감을 보였다. 박세웅은 당찬 볼을 던져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았다. 김원중과 원태인은 다른 투수들의 부진으로 잦은 등판을 해 소속 팀의 걱정할 정도였다. 나머지 선수들은 컨디션 난조와 제구력 실종으로 제몫을 못했다.
젊은투수들은 일본전에서의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투수들이 엄청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볼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100% 빌드업을 못한 이유도 있지만 긴장감에 무너졌다. 일본투수들의 압도적인 모습도 똑똑히 지켜보았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나 벤치에 있는 투수들 모두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뼈아픈 패퇴였지만 젊은 선수들에게는 성장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일본 특급투수들을 상대로 2루타와 적시타를 터트린 간판타자 이정후는 "우리 리그에서 보지 못한 공이었다.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엄청난 공을 던지는 일본투수들과 정교함과 파워를 두루 갖춘 일본타자들에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보다 나은 타자를 향해 정진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강백호도 "성장하겠습니다"라며 똑같은 각오를 내비쳤다.
이정후 처럼 젊은 투수들은 도쿄참사를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겼다. '우물안 개구리'라는 각성도 했다. 이제는 우물 밖으로 도약하려는 도전정신이 절실해졌다. 도쿄 참사를 발판삼아 노력한다면 더 나은 투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대로 안주하거나 후퇴할 수도 있다. 이 젊은 투수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야구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