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해설을 맡은 ‘용호쌍박’ 박찬호X박용택 해설위원이 뒤늦게 불붙은 플레이를 보여준 한국 야구 대표팀을 향해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한국은 13일 저녁 7시 열린 중국과의 B조 4차전에서 22-2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앞서 호주와 일본에게 2연패를 당한 한국은 이날 체코가 호주에게 잡히면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비록 B조 3위에 그치며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지만, 마지막 4차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조 최하위를 면했다. 박찬호X박용택 해설위원과 이광용 캐스터는 “역대 WBC 사상 가장 많은 점수를 낸 경기”라면서도 “하지만 이 기록이 이런 상황에서 나온다는 게 좀 슬프네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전부터 박용택 위원은 “오늘 꼭 승리해야만 다음 WBC에서도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며 “중국은 세미프로리그를 운영하는 나라로, 저희가 져서는 안 되는 팀이다”라고 강조했다. 최하위를 걱정하게 된 상황에 박찬호 위원은 “한국 야구가 요즘은 정체된 건 사실”이라며 “여러 사건사고도 있었고, 팬데믹 기간에 활성화도 안 된 면이 있다”고 씁쓸한 진단을 내렸다.
또 이날도 박찬호 위원의 투수진에 대한 조언은 계속됐다. 그는 “투수들이 직구에 자신감이 떨어져선 안 된다. 도망가는 피칭은 곤란하다”고 거듭 제구력을 강조했다. 박용택 위원 역시 “박찬호 위원이 계속 어떤 공을 던지냐가 아니라 어느 곳에 던지는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공이 아무리 빨라도 제구력이 흔들리면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6-2에서 8-2로 점점 앞서며 점수차를 벌려가는 상황에서도 박찬호 위원은 “국내 투수들이 더 빨리 성장해야 국내 야구의 수준도 올라간다”며 “그 리그에 얼마나 좋은 투수가 많으냐가 리그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광용 캐스터는 “야구를 팬들이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고, 박용택 위원은 “이번 프로야구가 기대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은데...정말 안타깝습니다”라며 조별리그 탈락을 다시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닝이 거듭될수록 한국의 투타 활약이 점점 강력해졌고, 박찬호 위원이 오랜만에 뽐내려던 ‘TMT(투머치토커)’ 본능을 차단당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박찬호 위원은 “투수도 타자도 자꾸 내 얘기를 끊게 만드는데, 여기서 끊어주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은 4회 박건우의 만루홈런에 이어 5회 김하성도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무려 22-2로 앞서갔다. 5회 경기 막판, 세 번째 투수 구창모가 좋은 공을 던지자 중계진은 모두 “이런 좋은 공이 왜 한일전 땐 없었는지...”라며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결국 22-2 콜드게임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 박찬호 위원은 “아쉬움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지만, 출전선수들이 더 아프고 쓰라릴 것”이라며 “선수들만 아니라 야구인 전체가 그 아픔을 느끼고, 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변화 속에 발전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마지막 소감을 남겼다. 박용택 위원 역시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실을 모두가 확인했다.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고 전했다.
2023 WBC에서 한국이 속했던 B조에서는 일본과 호주가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호주는 쿠바와 15일, 일본은 이탈리아와 16일 8강전에 나선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