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활약했던 두산 이승엽 감독이 이번 WBC 도쿄 대참사에 책임을 통감하고, 야구계 전체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B조 중국과의 최종전에서 22-2 콜드게임을 거두며 2승 2패 3위로 대회를 아쉽게 마감했다. 중국을 만나 WBC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으나 앞서 호주전 충격패 여파로 2013년부터 3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이를 본 이승엽 감독의 마음 또한 편치 않았다. 지난 13일 부산 사직구장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만난 이 감독은 “속상하고 참담하다”라고 운을 떼며 “그런데 선수들에게 100% 잘못이 있을지 의문이다. 나 역시 야구 선배다. 이는 대선배들부터 중간급 선배들까지 모든 야구인의 패배라고 생각한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이 큰 짐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라고 우여곡절 끝 대회를 마친 후배들을 격려했다.
그렇다면 향후 참사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감독은 “실패가 계속되고 있으니 변화가 필요하다. 다음 대회에서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 지금 상황에서 누구의 잘못을 지적하는 건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나 역시 2013년 대회 때 예선 탈락을 경험했다. 국가대표의 무게감, 실패했을 때 야구, 어린 선수들,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나. 실력이 없어서 지는 걸. 더 노력하고 연구해서 다음 대회에서는 실패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원중, 정철원, 원태인 등이 이강철호의 이른바 ‘애니콜’이 되며 혹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원중과 정철원은 일주일 동안 5경기에 등판하는 투혼을 선보였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나흘 동안 82구를 던진 원태인은 13일 중국전 선발로 나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일각에서는 ‘항상 나오는 선수만 나오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타자의 의견은 달랐다. 이 감독은 “국가대표는 무리하라고 간 게 아닌가. 30명이 채 안 되는 선수들이 국가와 리그 전체 선수들을 대표해서 간 것이다. 짧은 기간에 휴식일도 있었다”라며 “코칭스태프가 믿음을 주기 때문에 자주 나가는 것이다. 오히려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부름을 받으면 더 집중해서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라고 태극마크의 남다른 무게감에 대해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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