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의 이정후는 처음 출장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타격 천재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록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라는 실망스런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으나, 이정후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5타점 4득점 OPS 1.071로 맹활약했다.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후 약체 중국과의 경기, 이정후는 평범한 내야 뜬공에도 1루에서 전력 질주해 3루를 돌아 홈까지 뛸 정도로 플레이 하나하나에 진심을 다했고,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쏟아냈다.
결국 중국전 3회 무사 1,3루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치고, 이후 3루에서 대주자로 교체됐다. KBO 관계자는 "이정후가 주루 플레이 도중 경미한 근육통을 호소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13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중국전을 마치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에서 얻은 긍정적인 수확과 인상적인 것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을 질문받았다.
올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중이다. 비시즌 타격폼 수정을 하는 등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정후는 "빠른 공과 변화가 심한 공을 치려고 겨울 동안 준비를 했다. 그걸 시험해 볼 수 있는 무대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다른 경기 보다는 일본전 때 일본 투수들의 공을 그래도 헛스윙 없이 잘 대처한 것이 수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타석은 다르빗슈 상대로 친 안타(타점)도 기억에 남는데, 다르빗슈 상대로 첫 타석에서 우측으로 가는 파울 타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일본전에서 이정후는 2-0으로 앞선 3회 2사 2루에서 다르빗슈의 95마일(153km) 포심 패스트볼을 때려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총알같이 빠져나가는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3-0으로 달아나는 기분 좋은 추가 타점. 한가운데서 약간 몸쪽으로 붙은 직구를 빠른 스윙 스피드로 제대로 공략했다.
그러나 이정후가 더 기억에 남는 타구는 안타도 아닌 파울이라고 했다. 1회 첫 타석, 다르빗슈와 첫 대결에서 초구 3루측 파울에 이어 1볼 1스트라이크에서 3구째를 때려 우측 선상으로 날아가는 2루타성 장타를 때렸다. 그런데 마지막에 궤도가 바깥쪽으로 꺾이면서 아슬아슬하게 파울 타구가 됐다.
몸쪽 낮게 꺾이는 다르빗슈의 87마일(140km) 커터였다. 커터는 슬라이더보다 각이 작지만 볼 스피드는 더 빠르다. 바꾼 타격폼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95승을 거둔 베테랑 투수의 주무기이자 낯선 공을, 비록 파울이 됐지만, 정타를 만든 것이 스스로 흡족했던 모양이다.
이정후는 지난 12일 체코전을 마치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치게 돼 좋았던 것 같다. 확실히 공이 달랐다. KBO리그에서 보지 못했던 공들이었다.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처음 경험한 WBC 무대에서 이정후는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다. '예비 빅리거'인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거라는 것을 이번 대회에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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