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똘똘 뭉쳤는데..."
KBO리그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 가운데 통산 타율 3위(.327)에 올라 있는 박건우(33)는 국가대표팀에 뽑히면 주로 백업 선수 역할을 맡았다. 국가대표 외야수 대부분이 좌타 라인으로 꾸려진 상황에서 박건우는 우타 백업 역할에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경기를 나서는 게 대부분이었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올림픽까지 3개 대회를 나섰지만 13타수 3안타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2023년 WBC에서 박건우는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대표팀 발탁 당시에도 백업 역할이었지만 최상의 타격감을 유지하며 대회에 돌입했고 대회 직전 주전 외야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대회 4경기 타율 3할7푼5리(16타수 6안타) 2홈런 6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4-13으로 대패를 당한 한일전에서는 승부가 기울기 전, 4-6으로 추격하는 솔로포를 터뜨리며 대등한 경기 양상을 만들기도 했다. 대회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이후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박건우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국제대회였다. 그는 "큰 대회에서 나도 이렇게 안타를 칠 수 있구나 생각했고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자신감도 더 얻었다.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좋았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결국 웃을 수 없었던 박건우다. 대회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 앞에서 개인을 내세울 수 없었다. 그는 "너무 많이 응원해주셨고 멀리 찾아와 주셨는데 너무 아쉽다"라며 "좋은 감각이어서 더 높은 곳까지 가서 제 이름도 날리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끝난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한국의 성적이 좋지 못했기에 냉정했다. 부족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팀들이 정말 강했다. 우리도 더 잘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선수들도 개인적으로 많이 느꼈을 것이다. 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더 보완해서 아쉬움을 달랬으면 한다"라고 했다.
선수단에 만연했던 과도한 부담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솔직히 핑계"라면서 "부담은 우리 나라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다. 부담 때문에 못했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더 잘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정말 원팀이었고 잘 준비했다. 똘똘 많이 뭉쳤지만 결과론이다"라면서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재차 덧붙였다. 그만큼 이번 대표팀은 너나할 것 없이 최고의 결과를 위해 희생하고 뭉치려고 했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지 않았던 상상하기 싫었던 결말이었다.
그렇기에 박건우도 국가대표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도 끝내 웃지 못한 채 귀국길에 나서야 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