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사람 될 수 있도록…” 세리머니死 반성한 강백호, 이젠 성숙함을 말하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3.14 05: 30

“너무 좋아서 그만 주체를 못했다. 보여드려서는 안 될 플레이였다.”
‘천재타자’ 강백호의 패기는 분명 대표팀에 활력소였다. 그런데 너무 과했던 것이 문제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강백호는 그 역할이었다. 그런데 너무 과했다.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았다. 강백호는 지난 9일 WBC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호주와의 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강백호는 4-5로 재역전을 당한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등장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냈다. 그러나 2루타 이후 강백호는 슬라이딩을 하고 중심을 잡지 못한 채로 세리머니를 펼쳤다. 2루에서 발이 잠시 떨어졌다. 이 찰나의 순간을 호주 2루수 로비 글렌디닝이 놓치지 않았고 태그하면서 아웃됐다. 일명 ‘세리머니 주루사’였다. 강백호는 억울해 했지만 비디오판독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때 주루사 하나가 분위기를 가라 앉혔고 결국 호주전 7-8 충격패로 이어졌다. 강백호를 향한 비판 수위는 강도 높았다. 그리고 한국은 WBC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치욕적인 결과와 마주했다. 

7회말 2사에서 대표팀 강백호가 2루타를 날리고 뒤에 호주 2루수가 있는 줄 모르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다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2023.03.09 /spjj@osen.co.kr

강백호 개인적으로는 이번 WBC 대회에서 절정의 타격감이었다. 타율 5할(14타수 7안타) 2타점 OPS 1.143의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세리머니 주루사’의 임팩트에 강백호는 대회 내내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대회 최종전인 중국전 22-2의 5회 콜드게임으로 끝낸 뒤 강백호는 취재진 앞에서 세리머니 주루사에 대해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일단 그 상황에서 제가 좀 아쉬웠다는 것은 맞다. 보여드려서는 안 될 플레이였다. 저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 좀 주체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라면서 “기대해주신 팬들에게 실망을 드린 것이 죄송스러웠고 좋은 결과 못 보여드린 게 죄송스러웠다”라고 사죄의 말을 담았다.
3회초 무사에서 한국 강백호가 좌중간 2루타를 날리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강백호는 지난해 부상에 이은 부진으로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 여파로 올해 연봉 협상에서도 진통이 있었다. 2022년 5억5000만 원보다 47.3%가 삭감된 2억9000만 원에 계약했고 스프링캠프 출국도 늦었다. 하지만 절치부심하면서 올 시즌과 WBC를 준비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정말 열심히 준비 했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아쉽다”라고 했다.
강백호는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에도 껌씹기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본헤드 플레이로 지탄을 받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구설에 휘말렸다. 강백호는 스스로 더 성숙해지겠다는 속내를 말하면서 좋은 선수 이전에 ‘더 좋은 사람’ 그는 “모두 저를 좋아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운을 뗀 이후 “많은 분들한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선수로서 성장하고 사람으로서 또 인간성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더 성숙하고 강해져서 돌아올 강백호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그동안 강백호를 보면 패기와 당당함을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선수 이전에 더 좋은 사람을 언급했다. 경험을 쌓고 한 뼘 더 성숙해질 강백호는 리그를 대표하는 절대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4차전 중국과의 경기를 가졌다.3회초 한국 강백호가 좌전 안타를 치고 있다. 2023.03.13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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