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건 마지막이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국가대표 15년의 커리어가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듯 하다. 국가대표팀 ‘캡틴’ 김현수(35)가 국가대표 은퇴를 암시하면서 이번 WBC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었다.
한국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22-2로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2013, 2017 대회에 이어 WBC 3대회 연속 탈락의 치욕을 맛봤다. 호주전 7-8 패배, 그리고 한일전 4-13 완패 등 이번 도쿄돔에서의 여정은 참사라고 불려도 무방했다.
대회가 마무리되고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현수는 “선수들 다 잘 준비했는데, 준비한 만큼 실력 발휘를 못 해서 아쉽다. 선수들 다 잘 해줬고, 감독님도 선수들에게 맞춰줬다. 주장을 맡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라면서 “제가 부족한 탓에 선수들을 잘못 이끌어서 좋은 성적 내지 못했다. 그래도 후배들이 최선을 끝까지 다 해줘서 고맙다. 저는 이제 끝났다. 코리아 유니폼 입는 건 마지막이다”라며 사실상 마지막 국제대회였다는 것을 암시했다.
일본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약체라고 평가받던 팀과의 전력차는 많이 좁혀졌다. 한국은 연이은 국제대회의 실패로 대표팀은 이제 부담을 쉽게 떨칠 수 없는 자리가 됐다. 국가대표 15년차에 10번째 국제대회를 치른 김현수는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내는 게 가장 큰 과제다.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내는 게 제일 큰 과제다. 준비 과정도 경기도 최선을 다 했는데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선수들에게 제일 중요한 일인 것 같다”라면서 “나도 긴장했고, 선수들도 긴장했다. 긴장감 속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니까 그런 부분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자책했다.
대표팀은 이날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김현수 개인적으로는 대표팀의 유종의 미가 아니었다. 캡틴으로서 자책만 했다. 그는 “마음이 아프다. 많이 아프다.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했다. 놀러 왔다는 말 듣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다”라면서 “대표팀 정말 많이 나왔는데 성적이 안 나면 욕 먹는 게 맞다. 이렇게 되니까 많이 마음 아프고, 후배들에게 미안해서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라고 다시 한 번 자신을 자책했다.
그는 15년의 국가대표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지난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과 이번 대회를 꼽았다. 도쿄올림픽 때도 김현수는 주장이었다. 그는 ”막내로 왔을 때, 어렸을 때는 중압감이라는 게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선배님들과 야구 한게 기억이 많이 난다”라며 “좋은 선배가 되지 못했다는 거에 많이 미안하고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 게 있기 때문에 많이 좀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현수는 “많은 분들이 응원도 해주시고 찾아와 주셨다.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못한 것에 실망도 했지만 야구장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아울러 이강철 감독과 선수단을 향해서 그는 “나도 고맙다고 했고, 감독님도 고맙다고 했다. 좋은 모습 못 보여줘서 미안했다. 선수들은 더 잘 해서 경기 결과를 보여주길 바란다”라며 “한국 야구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이 다음에 나와선 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주장으로서 마지막 할 말도 했다. 대표팀을 향해 화살을 던진 일부 야구인들을 향해서도 일침을 던졌다. 그는 “저희, 그리고 저는 대표팀에 많이 나오셨던 선배들 한테는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아닌 분들이 많이 되게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라며 “그런 부분이 아쉽습니다. 저희랑 같이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거 같다”라고 소신을 전하며 도쿄돔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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