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분이 다 안풀린 것으로 보였다. 이정후는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마지막 경기에서 분풀이를 마쳤다.
이정후는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에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미 한국은 조별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상황. 그러나 이정후는 B조 최약체인 중국을 상대로도 최선을 다했다. 오히려 자신의 분풀이를 위한 무대로 여기는 듯 했다.
이정후는 1회초 박해민의 볼넷과 상대 포일로 만든 1사 2루 기회에서 중전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선취점을 올렸다. 그리고 2루 도루까지 성공하면서 득점 기회를 창출했고 폭투로 3루까지 진출했다. 강백호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이정후는 홈을 밟았다.
이정후가 최선을 다하고 전력질주를 하면서 경기는 쉽게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지친 원태인이 1회말 중국 타선에 2실점 일격을 당했다. 2-2 동점이 되면서 대표팀의 분위기가 묘해졌다.
2회초 두 번째 타석에 앞서 타선은 다시 2점을 뽑았다. 4-2로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얻어냈다. 그리고 후속 김하성은 유격수 뜬공을 치면서 이닝이 교대됐다. 그런데 이때 이정후는 2루를 밟고 3루까지 전력질주했다. 만약 타구가 떨어졌다면 이정후는 탄력을 받고 홈까지 질주할 기세였다. 이정후의 표정에는 대표팀의 충격 탈락이라는 분을 아직 풀지 못하고 그라운드에서 표출하는 듯 했다.
3회에도 이정후는 8-2로 앞서던 무사 만루 기회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격차는 10-2로 벌어졌고 이정후는 박병호와 교체되면서 이번 대회를 모두 마무리 지었다. 이후 타선은 박건우와 김하성의 만루포가 연달아 터지면서 22득점, 대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쓰면서 대승을 거뒀다.
이정후는 2017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올림픽에 이어 5번째 성인 대표팀 무대를 밟았고 역대 가장 좋은 기록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정후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14타수 6안타) 5타점 OPS 1.071의 기록으로 대표팀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한일전 3-14 참패, WBC 대회 탈락이라는 참사 속에서 활약이 빛이 바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