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뒤늦었다. WBC 대회 3연속 탈락이라는 참사 속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22-2, 20점차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22득점은 WBC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이었다. 그리고 선발 원태인이 일주일간 108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펼치다가 1이닝 2실점으로 강판됐지만 소형준이 뒤이어 올라와 4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으면서 5회 콜드게임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그러나 한국인 이미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앞서 열린 호주와 체코의 경기에서 호주가 8-3으로 승리를 거뒀다. 호주가 사상 처음으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은 2013년, 2017년 대회에 이어 3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맛봤다. 유종의 미라고 하지만 모두 웃을 수 없었던 이유였다.
이날 한국은 그동안 대회에서 기회를 받지 못한 박해민, 김혜성, 오지환, 이지영, 최지훈 등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이들이 중국 마운드를 제대로 두들겼다. 대회 내내 타격감이 좋았던 박건우는 만루 홈런을 뽑아냈고 김하성은 22득점째를 만드는 만루포를 터뜨렸다.
그리고 선발 원태인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소형준은 2회부터 4회까지 3이닝 동안 중국 타선을 잠재웠다. 구속이 140km 후반대까지 찍었다. 소형준은 지난 9일 호주전에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2실점을 했다. 호주전 7-8 역전패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긴 투수들 가운데 1명이었다. 그리고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다가 이번 대회 최종전에서 제 컨디션을 찾은 모습이었다. 한 수 아래의 상대였지만 이 정도의 구위였다면 일부 투수들의 역할에 과부하가 생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회 마지막 경기가 되어서야 모두가 원했던 조화로운 모습이 나왔다. 한수 아래의 상대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바라던 한국의 시원한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이런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물론 여러 논란, 그리고 참사의 분위기와 마주한 채 이번 대회를 마무리 하게 됐다.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과연 야구 팬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