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의 비극에도 팬들은 끝까지 남았다. 팬들은 대표팀을 외면하지 않았고 어두운 표정의 선수들도 끝까지 응원하는 팬들을 무시하지 않았다.
한국은 13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낮 12시에 열린 호주와 체코의 경기에서 호주가 8-3으로 승리했다. 호주는 사상 첫 WBC 1라운드를 통과의 기쁨을 누렸다. 반면, 오후 7시 중국과의 최종전이 남아있던 한국은 최종전도 치르기 전에 탈락이 확정됐다. 지난 2013년, 2017년 대회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다.
한국은 사활을 걸었던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7-8로 패했다. 충격파는 컸다. 호주전 패배로 한국의 모든 구상이 꼬였다. 그리고 이튿날인 10일 열린 한일전에서 4-13으로 대패를 당했다. 참사이자 비극이었다. 숙적과의 격차를 재확인했고 선수들은 분을 이기지 못한 채 도쿄돔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체코를 상대로 7-3 승리를 거두며 1승을 챙겼지만 3실점의 여파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호주가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의 모든 경우의 수는 사라졌다.
한국은 호주-체코전이 끝난 뒤 우울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훈련에 나섰다.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대표팀의 뒤에는 팬들이 있었다. 중국전을 보기 위해 KBO리그 10개 구단의 유니폼을 제각각 입은 팬들이 1루 덕아웃을 가득 채웠다.
훈련을 위해 덕아웃에서 나오는 선수들에게 그물망 사이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물망 틈바구니로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고영표, 강백호 등은 이러한 팬들의 사인 요청을 무시하지 않았다.
비극과 참사에도 팬들이 있기에 야구가 있다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고영표와 강백호 등 KT 선수들은 팬들의 사인 요청을 일일이 받아준 뒤에야 워밍업을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지만 중국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한국은 박해민(1루수) 김혜성(2루수) 이정후(중견수) 김하성(3루수) 강백호(지명타자) 박건우(우익수) 오지환(유격수) 이지영(포수) 최지훈(좌익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원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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