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실패를 외국인 감독은 어떻게 봤을까. 올해로 한국에서 3년차가 된 카를로스 수베로(51) 한화 감독은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상식에서 벗어난 야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수베로 감독은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KIA와의 2023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WBC와 관련“경기에 지면 아쉬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이 선전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이 또한 야구의 일부”라고 말했다.
지난 9일 B조 첫 경기 호주전에서 7-8로 덜미를 잡히며 충격에 사로잡힌 한국은 10일 일본 상대로 4-13 완패를 당했다. 한일 야구 수준, 뎁스 차이를 실감하며 2연패 충격에 빠졌다. 12일에는 직장인들로 구성된 체코를 상대로 7-3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경기 내용이 아쉬웠다.
한국야구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가운데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마이너리그 감독과 메이저리그 코치를 두루 거친 수베로 감독도 같은 의견이었다.
수베로 감독은 “한국에 온 첫 날부터 말해온 것이 있다. 한국 선수들은 좋은 재능을 지녔지만 폼이나 기술이 상자 안에만 갇혀있다. 어릴 때부터 배워온 포구 자세로만 잡으려 하다 보니 더블 플레이를 놓치곤 한다”며 선수들을 획일적으로 지도하는 방식을 지적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다이빙 캐치에 실패해 3실점을 하더라도 다음에 또 시도하면 슈퍼 세이브를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선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 격려하고 기회를 준다. 선수 육성을 위해선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주는 게 중요하다”며 “정해진 틀만 고수하면 발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수베로 감독은 한화 선수들에게도 항상 “상자 안에서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성적에 집중하다 보니 그동안 우리 선수들의 성장하는 부분이 간과된 면이 있다. 올해 FA 선수들도 영입했고, 결과를 내면 지난 몇 년간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지난 2년간 과정이 올해는 빛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