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이었다".
한국대표팀 간판타자 이정후(25)에게 제5회 WBC 대회 한일전은 특별한 무대였다. 개인적으로 한국인으로서 3-14 굴욕적인 패배에 대한 분노감이 컸다. "야구인생이 끝날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야구선수로는 귀중한 경험을 얻고 또 한 번의 진화를 도모하겠다는 수확이 있었다.
이정후는 지난 10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1타점 안타와 찬스를 이어주는 2루타를 기록했다. 3회말 2사2루에서 첫 상대하는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적시타를 날려 3-0까지 달아났다. 5회초 2사 1루에서는 두 번째 투수 이마나가 쇼타를 상대로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작성했다.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95승의 특급투수이다. 최고 159km짜리 직구를 던지는데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변화구의 마술사이기도 하다. 이마나가는 요코하마 선발투수로 2022시즌 11승4패, 평균자책점 2.26을 기록했다. 한때 최고 155km 강속구를 뿌린 특급좌완이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양의지의 좌월 투런홈런과 함께 한국타자의 자존심을 살린 이정후였다. 일본이 자랑하는 특급투수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정교한 타격으로 멀티안타를 터트렸다. 이 자체가 이정후의 타격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처음보는 투수들을 공략했다는 것 자체로도 빅리그의 평점도 높아지게 됐다.
이정후는 12일 체코전에서 첫 승을 따낸 이후 인터뷰에서 일본투수들을 상대한 느낌을 솔직히 밝혔다. "저 개인적으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치게 되어서 좋았던 것 같다. 확실히 공이 달랐다. 우리 리그에서 보지 못했던 공들이었다. 저도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투수들을 상대로 안타와 2루타를 터트린 자부심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 숙제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매 타석에서 상대하는 공이기 때문이다. 자신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그치지 않고 성공을 위해서 더욱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는 각오나 마찬가지였다.
이정후는 타격폼에 변화를 주었다. 스트라이드를 좁혔고 방망이를 잡은 손도 살짝 내렸다.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을 대응하기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WBC 대회에서 적용해 본 결과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KBO리그에 복귀하면 더욱 다듬고 메이저리그 투수에 대한 연구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정후에게 한일전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