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변방인 체코의 손에 한국 야구의 운명이 달렸다. 체코의 주축 투수인 '소방관' 마르틴 슈나이더(37)와 대학생 다니엘 파디삭(22)의 어깨에 달렸다.
체코는 13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호주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이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체코가 호주에 승리해야 한다. 그것도 4실점 이상 허용하면서 승리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다.
체코는 호주 상대로 슈나이너, 파디삭이 주축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중국전에서 파디삭이 선발 투수로 등판해 4이닝 무피안타 2볼넷 4탈삼진의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슈나이더는 파디삭에 이어 던졌는데 1⅓이닝 1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다소 불안했지만, 베테랑 투수로 체코 를 사상 첫 WBC 본선 무대로 이끈 주역이다.
파디삭은 미국 대학야구 선수다. 지난해 NCAA리그에서 1승 4패 5.93를 기록했다 40이닝을 던지며 37개 삼진을 잡았다. 193cm의 장신으로 젊은 투수답게 힘으로 밀어부친다. 최고 구속이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진다.
MLB.com은 "슈나이더는 체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슈나이더는 지난해 체코의 엑스트라리그에서 19이닝을 던져 1승 평균자책점 1.42, 탈삼진 22개를 기록했다. 이제 나이가 있어 불펜 투수로 뛰고 있다.
지난해 가을 유럽 최종 예선 대회에서 스페인과 마지막 WBC 티켓이 걸린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슈나이더는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파벨 하딤 감독은 불펜 투수인 슈나이더에게 "내일 선발로 던질 수 있느냐"고 물었고, 슈나이더는 "감독, 내가 누군지 알잖아. 내일 야구장에서 죽을 각오로 던지겠다. 결정은 감독 당신의 몫이다”고 답했다. 슈나이더는 선발로 등판해 6⅓이닝 1실점 인생투를 펼쳤고, 체코는 투런 홈런과 솔로 홈런으로 3-1로 승리했다.
슈나이더의 본업은 소방관이다. 그는 24시간 근무를 하고 48시간 오프로 쉰다. 쉬는 시간에 엑스트라리가에서 투수로 뛰고 있는 것이다. WBC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왔다.
파디삭과 슈나이더는 중국전에서 딱 49구씩 던졌다. 이틀 쉬고 호주전에 등판하기 위해서다. 50구를 던지면 4일을 쉬어야 한다.
또 다른 주요 투수는 마렉 미나릭이 있다. 미나릭은 2011~2015년 루키리그 경험이 있는 투수다. 중국전에서 4-4 동점인 7회 1사 1,3루 위기에 등판해 3루 주자의 득점은 허용했으나, 이후 2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타선에서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내야수 에릭 소가드, 마이너리그에서 10년 넘게 뛴 포수 체르벤카, 중국전에서 9회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친 1루수 뮤지크, 장타력이 있는 외야수 마테이 멘시크 등의 장타를 기대해야 한다.
체코는 파디삭 처럼 미국 대학야구 선수로 유격수 보이테흐 멘시크, 중견수 마렉 흘룹도 있지만 직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체르벤카는 라이프스타일 잡지 홍보 담당. 페트르 지먀는 무역회사 직원이다. 필리프 스몰라는 컨설팅기업 회계사, 무지크는는 야구장 그라운드키퍼이자 유소년 팀 코치다. 멘시크는 야구팀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13일 체코가 호주에 4실점 이상 하면서 승리한다면, 한국은 기적같은 8강 티켓을 차지할 수 있다. 한국이 중국을 이겨, 한국-체코-호주가 모두 2승2패 동률이 되면 팀간 실점률을 따져 가장 낮은 팀이 조 2위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극적으로 WBC 본선 무대에 처음 출전한 체코가 호주를 잡고, 한국에게 기적을 안겨주기를 응원해야 한다. 하딤 체코 감독은 12일 한국과 경기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내일은 승리 인터뷰를 하러 오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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