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을 느꼈다.”
이정후에게 지난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은 두고두고 회자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을 대부분 거절하지 않는 이정후는 인터뷰도 마다했다. 당시 분을 삭히지 못한 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죄송하다”라는 말 한 마디만 남기고 떠났다. 그러나 이정후의 분노는 또 다른 깨달음이기도 했다.
이정후의 분노도 어느 정도 잠잠해진, 12일 체코전이 끝나고 이정후는 취재진 앞에서 한일전 대패 당시의 속내를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제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이번 한일전은 계속 생각 날 것 같다"라면서 "분한 것도 있고 '이게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감정이 오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일전은 이정후에게 또 다른 자극제였다. 분한 감정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또 냉정하게 바라봐야 했다. 이정후는 "실력의 차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을 치게 돼서 좋았다. 확실히 리그에서는 보지 못했던 공들이었다.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거인 선발 다르빗슈 유를 제외하고 좌완으로 150km 초중반을 쉽게 던지는 이마나가 쇼타, 그리고 마츠이 유키 등 다양한 일본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했다. 특히 좌완 파이어볼러 이마나가와의 승부는 이정후에게 많은 울림을 줬다. 이마나가는 178cm의 작은 키로 묵직한 패스트볼을 던지다. 이정후는 이마나가를 상대로 좌선상 2루타를 쳤지만 빗맞은 타구였다. 코스가 좋았다.
그렇기에 올 시즌이 끝나고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한 이정후에게 한일전에서의 깨달음은 더 큰 무대에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준비와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타격폼 수정까지 하는 등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한일전이라는 자극제까지 생겼다. 이정후는 또 발전과 스텝업을 예고했다. 과연 이정후의 성장과 도전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또 다시 발전하고 나아지겠다는 이정후. 과연 이정후의 발전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