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에이스' 박세웅(롯데)이 이강철호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며 국제용 선수로 우뚝 섰다.
한국은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예선 일본과의 2차전에서 4-13으로 무너졌다. 박세웅은 이날 마운드에서 오른 이강철호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제 몫을 했다.
9점 차 뒤진 7회 콜드게임 패배 위기에 놓인 한국은 2사 만루서 박세웅을 마운드에 올렸다. 안타 1개면 콜드 게임 패배로 끝날 상황이었지만 박세웅은 첫 타자 오카모토를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잠재웠다.
박세웅은 8회 마키(2루 땅볼), 나카노(2루 땅볼), 나카무라(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를 꽁꽁 묶었다. 지난해까지 박세웅과 함께 뛰었던 이대호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박세웅이 올라와서 너무 쉽게 던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12일 체코전 선발 투수로 나선 박세웅은 안구정화투를 선보였다. 호주에 이어 일본에 덜미를 잡히며 자존심을 제대로 구긴 한국은 이날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 박세웅은 4⅔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1회 보이테흐 멘시크(헛스윙 삼진), 에릭 소가드(중견수 플라이), 마레크 흐룹(헛스윙 삼진)을 꽁꽁 묶은 박세웅은 2회 마르틴 체르벤카, 마테이 멘시크, 마르틴 뮤지크 세 타자 모두 삼진으로 제압했다.
박세웅은 3회 공 10개로 끝냈다. 선두 타자 윌리엄 에스칼라를 2루 땅볼로 돌려세웠고 페트르 지먀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곧이어 필리프 스몰라를 1루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다. 4회 보이테흐 멘시크와 에릭 소가드를 각각 3루 땅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박세웅. 2사 후 마레크 흐룹을 3루 땅볼로 잠재웠다.
5회 선두 타자 마르틴 체르벤카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내준 박세웅. 마테이 멘시크를 루킹 삼진을 잡아냈고 마르틴 뮤지크를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 처리했다. 박세웅은 2사 2루 상황에서 곽빈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이날 임무를 마쳤다. 곽빈은 첫 타자 윌리엄 에스칼라를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경기 후 "지난 2경기로 WBC에서의 꿈이 물거품이 된 한국은 놀랍고 파워가 넘치는 체코 타선을 상대로 아웃카운트가 필요했다. 한국은 롯데 자이언츠 우완 박세웅의 변화구 승부라는 확실한 경기 플랜에 의지했고 이는 한국의 7-3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희박한 희망을 살렸다"고 전했다.
또 "박세웅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앞세워 체코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그는 4⅔이닝 동안 타자 8명을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체코 타선은 5회가 돼서야 마르틴 체르벤카의 2루타로 첫 안타를 신고할 수 있었다"면서 "박세웅의 능수능란한 투구 속에 한국 타선은 일찌감치 6-0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세웅은 WBC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이후 야구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가 2006년 WBC 대회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국제 대회를 보고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던 것처럼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저 또한 꿈꾸던 무대에 서게 된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강철호의 8강 진출 여부를 떠나 박세웅은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용 선수'의 이미지를 굳혔고 야구 꿈나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국제용 선수' 박세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