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언제부터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처지가 됐는지..." 국가대표 단골손님의 깊은 한숨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3.03.13 06: 00

"한국 야구가 언제부터 (경우의 수를) 계산하면서 중계를 해야 하고 이런 처지에 놓였는지 가슴이 너무 먹먹했다".
한국은 지난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예선 체코와의 3차전에서 7-3으로 승리했다. 호주에 이어 일본에 덜미를 잡혔던 한국은 뒤늦게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은 이대호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단 한 번도 미소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를 통해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국 야구가 언제부터 (경우의 수를) 계산하면서 중계를 해야 하고 이런 처지에 놓였는지 가슴이 너무 먹먹했다. 1승을 거뒀지만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이대호의 말이다. 

9회 한국 선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그는 대표팀의 부진 원인에 대해 "볼넷이 너무 많았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곳에 못 던진다는 자체가 국가대표로서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한미일 3개 리그 모두 경험한 이대호 해설위원은 "미국은 마이너리그부터 메이저리그까지 6~7단계가 있고 일본 또한 2군, 3군, 육성군까지 있다. 육성군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해 2군에서 뛰고 1군에 올라온다"면서 "한국은 조금만 하면 1군 기회를 주면서 1군과 2군의 차이를 자꾸 없애려고 한다. 나는 이에 반대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대호 해설위원은 그 이유에 대해 "1군에 왔다고 1군 선수가 아니다. 1군에서 3~5년 꾸준히 잘해야 1군 선수인데 1군에서 조금만 뛰면 1군 선수인지 알고 안주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런 게 없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또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과도하다'는 의견에 대해 "분명히 비난받을 만한 성적이다. 비난받을 준비도 되어 있을 거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도 더 노력을 많이 할 거니까 비난을 하시면서 기대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국가의 부름을 영광스럽게 여기고 항상 최선을 다했던 그이기에 WBC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대호 해설위원은 "정말 선수들의 마음이 더 많이 힘들 거다. 정말 잘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는 걸 선배로서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야구를 더 오래 해야 하고 이걸 이겨내야 하는 것도 선수가 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어 "팬들은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분명히 더 좋아지는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한테 지면 말이 안 된다. 중국한테 지면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 그냥 일본에서 사회인 야구나 뛰고 국가대표도 때려치워야 한다. 올 거면 배타고 오라고 해라"고 촌철살인 이랍시고 품격이라고는 1도 없는 한 레전드의 발언과는 대조를 이룬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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