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안방에서 치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조기 탈락 쓴잔을 들이켰다. 대만 대표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거인 내야수 장위청(28·보스턴 레드삭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대만은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A조 쿠바전에서 1-7로 졌다. 지난 8일 첫 경기 파나마전(5-12) 충격패를 딛고 10일 이탈리아전(11-7), 11일 네덜란드전(9-5) 승리로 자력 8강 기회를 잡았지만 쿠바에 완패하며 모든 게 물거품됐다.
쿠바, 이탈리아, 네덜란드, 파나마와 함께 같은 2승2패가 된 대만은 그러나 팀간 전적에서 실점을 아웃카운트로 나눈 최소 실점률(.295)이 가장 높아 쿠바전 패배 직후 탈락이 확정됐다. 쿠바(.139), 이탈리아(.157)가 A조 1~2위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경기 후 대만의 4번타자 장위청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대만 방송사 ‘FTV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장위청은 “처음에는 탈락 사실을 몰랐는데 (동료 선수) 린리가 실점을 너무 많이 하는 해서 (8강) 기회가 없다고 말해줬다. 그때 대표팀 여정이 끝나게 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장위청은 “모든 사람들의 단결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했다. 미국에 돌아가면 이렇게 격려해주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뒤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대만에서와 달리 내 편이 없다. 정말 외로울 것이다”며 대만과 대표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을 강조했다.
또한 장위청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모든 국민의 성원에 감사드리고, 응원해준 팬들에도 감사하다. 이번 대회를 거치면서 심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모든 형제의 힘을 갖고 미국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데뷔해 메이저리그 4시즌을 뛴 우투우타 유틸리티 내야수 장위청은 지난해 거듭된 부진으로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탬파베이 레이스, 보스턴 등 4개 팀을 거쳤다. 지난해 시즌 후 보스턴에서 논텐더 방출된 뒤 FA로 지내다 지난달 중순 보스턴과 1년 85만 달러에 재결합했다.
당초 지난해 연말까지 장위청은 이번 WBC 대표팀 합류를 거부했다. FA로 팀이 없는 신세에서 시즌 준비를 이유로 대표팀을 고사했지만 거센 비난 역풍을 맞았다. 지난 2019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군면제 혜택을 받아 보충역으로 편입된 장위청에게 ‘탈영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론에 못 이겨 불참을 번복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장위청은 WBC 4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2홈런 8타점 OPS 1.438로 맹활약하며 A조 MVP에 선정됐다. 특히 이탈리아전 6회 동점 투런 홈런, 네덜란드전 2회 결승 만루 홈런으로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다. 대회 내내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대만팬들을 들썩이게 한 그는 ‘국방장관’이란 명예로운 수식어를 달고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