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 5경기에 나서 던졌다. 결과는 아쉽지만 누가 김원중(30·롯데)과 정철원(24·두산)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참사’라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무기력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야구대표팀에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또 한번 1라운드 조기 탈락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팬들의 실망감과 여론의 비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결과에 대한 냉정한 비판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감독, 코치부터 선수들 모두 무너진 한국야구 경쟁력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다만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그 과정의 노력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비난의 화살은 투수들에게 향하고 있다. 3경기에서 총 28실점하며 평균자책점 8.31로 크게 무너진 투수진으로선 할 말이 없다. 한일전 사사구 9개 남발 참극을 보면서 할 말을 잃은 야구팬들이 한둘이 아니다.
총 15명의 투수들이 발탁됐지만 실질적으로 가용 인원은 10명도 안 된다. 마무리 고우석이 지난 6일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평가전에서 어깨 근육통을 호소하며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WBC 공인구 적응에 실패한 구창모, 정우영, 컨디션이 좋지 않은 양현종, 소형준, 이의리, 김윤식이 구원 1경기 등판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8명의 투수들로 조별리그 3경기를 운영했다.
그 중에서 김원중과 정철원은 3경기 모두 등판했다. 앞서 6~7일 일본 오릭스, 한신 타이거즈와 공식 평가전까지 포함하면 지난주 7일간 5경기에 등판했다. 김원중은 5경기 3⅓이닝 41구, 정철원은 5경기 3이닝 63구를 던졌다.
중간에 휴식일이 2일 끼어 있었고, 투구수가 20개 이상 넘는 등판은 없었다. 단기전인 국제대회 특성상 무리하게 되는 투수는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서 노고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김원중은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실점에 관여했다. 호주전에선 7회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맞아 패전투수가 됐고, 일본전에서 6회 무사 만루에 올라왔지만 안타 2개와 희생플라이 1개로 승계 주자 3명을 다 홈에 불러들였다. 체코전도 8회 1사 1루에서 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만루를 만들고 내려가 추가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대회 첫 경기 호주전에서 최고 90.7마일(146km)을 던진 김원중은 3일 뒤 체코전에서 최고 89.2마일(143.6km)로 구속이 뚝 떨어졌다.
정철원은 호주전 ⅓이닝 무실점 홀드를 거뒀지만 일본전에서 ⅓이닝 1피안타로 1실점했다. 이어 체코전 7회 무사 1,2루에 구원등판했으나 2타점 2루타를 맞아 승계 주자 2명이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좌익수 김현수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공이 뒤로 빠진 게 아쉬웠다.
연이은 국제대회 부진으로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WBC였다. 시즌을 앞두고 개막보다 한 달가량 먼저 몸을 끌어올려 공을 던져야 하는 투수들의 부담이 더 큰 대회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지만 제한된 투수 풀에서 묵묵히, 어려운 상황에 계속 나선 김원중과 정철원의 노고는 인정받아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