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소속의 '안경 에이스' 선배들이 그랬듯이 현재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잇는 박세웅(28)이 소속팀에서는 아니지만, 일본 도쿄에서 그 정신을 이었다. 박세웅의 투혼은 과연 8강 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박세웅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체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의 7-3 승리를 이끌면서 한국에 대회 첫 승을 안겼다.
박세웅은 지난 10일 한일전 4-13 대패를 당하던 과정에서 마지막 10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체코전 선발 투수로 내정된 상황이었지만 콜드게임 대패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래도 박세웅은 꿋꿋하게 던지면서 1점만 더 내주면 콜드게임이 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아냈다. 1⅓이닝 11구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치욕을 간신히 저지했고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라왔다.
체코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중국을 꺾고 WBC 역대 첫 승을 기록했다. 전날(11일) 일본전에서도 164km를 뿌린 사사키 로키를 공략했고 점수도 곧잘 뽑아내는 등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렸다. 하지만 박세웅은 이런 체코를 완벽하게 돌려 세우면서 믿음직스러운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사실상 대표팀의 2경기를 연달아 던지는 셈이었다. 국제대회 단기전이긴 하지만 흔하지 않은 경험이었고 투혼이었다. 과거 1983년 故 최동원, 1992년 염종석, 그리고 박세웅으로 이어지는 롯데 '안경 에이스' 계보를 잇는 투혼을 선보였다.
5회 선두타자 마르틴 체르벤카를 상대로 2루타를 내주기 전까지 4회까지 퍼펙트 이닝이었고 탈삼진 8개를 뽑아내면서 체코 타자들의 장타력을 압도했다.
경기 후 박세웅은 팬들과의 약속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승리할 수 있게 준비한다고 했다. 그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일본전 불펜 등판 이후 선발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그저께 경기(한일전) 등판을 불펜 피칭했다고 생각했다. 무리 있거나 지장 있진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야구 변방인 유럽의 체코를 상대한 소감에 대해서는 "이번 대회에 보기도 했고, 메이저리그 선수 있다고 들었다. 코치님께서 방심 말고 최선 다해 던져야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최대한 방심하지 않고 경기 나서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첫 승을 이끌면서도 최소 실점으로 마운드를 책임져야 했던 상황. 그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마운드에 올랐을가. 그는 "부담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빨리 이닝을 종료할 수 있을지 더 생각했다. 최소한 실점을 하려고 준비했다"라며 "생각보다 체코 타자들 분석했을 때 장타력이나 타격 능력이 크게 뒤떨어진다고 이야기나온 게 없었다. 방심하지 않으려고 투구에 나섰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나 혼자 욕심을 내는 것보다는 어차피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최소한 실점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올 시즌 처음으로 많은 이닝과 공을 던져 감독님께서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다. 뒤에 좋은 투수들이 있으니까 부담없이 기쁘게 넘겨줬다"라면서 팀을 위한 마음까지 설명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대할 예정이었지만 입대 의사를 철회했다. 그리고 대표팀에 올인했다. 그는 "WBC라는 대회가 제 야구 인생에 또 오지 않을 기회이기도 하고 이런 큰 대회에서 선발 투수로 나갔다는 것에 자부심도 많이 생겼다. 이런 자부심을 갖고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과연 박세웅의 체코전 선발 등판은 이번 대회 마지막 등판이 되는 것일까. 박세웅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이제 13일 낮 12시에 열리는 체코와 호주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 한국의 8강행이 달려있다. 박세웅의 투혼은 대표팀의 기적적인 8강행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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