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하지만 최소 실점으로 틀어 막았어야 하는 순간을 모두 극복하지 못했다. 감독이 직접 교체술을 단행해도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한국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체코와의 경기에서 7-3으로 승리했다. 호주, 일본에 연패를 당한 뒤 대회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날 한국은 상처 뿐인 승리였다. 한국이 8강 진출 경우의 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득점과 최소실점 승리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체코가 호주와 난타전을 벌이면서 승리하는 수 밖에 없었다.
1회말 대거 5점을 뽑으면서 순조롭게 경기를 푸는 듯 했다. 선발 박세웅도 4⅔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철벽투로 체코 타선을 봉쇄했다. 6회까지 6-0으로 앞서가고 있었다. 이날 이강철 감독은 박세웅을 교체할 때부터 마운드에 직접 올라와 투수의 상태를 체크하고 주심에게 공을 받아서 투수 교체를 했다. 그런데 뒤이어 올라온 곽빈, 정철원, 김원중, 이용찬의 투수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호주와 일본전에서 벤치의 투수교체는 연이어 실패했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벤치의 투수교체는 자꾸만 어긋났고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날 체코전 역시 마찬가지다. 승리를 거두더라도 일단 실점을 최소화 했어야 했는데 그게 실패했다.
5회 2사 후 박세웅의 뒤를 이어 올라온 곽빈이 6회를 삼자범퇴로 틀어막은 뒤 7회에도 올라왔다. 그런데 에릭 소가드, 마렉 흐룹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강철 감독은 정철원을 불러 올렸다. 마르틴 체르벤카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마테이 멘시크에게 좌익수 방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맞았다. 단타로 막을 수도 있었던 타구. 그런데 좌익수 김현수가 이 타구를 다이빙 캐치 하려다 뒤로 빠뜨렸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밣으면서 2실점을 했다. 실점을 막았어야 하는 상황에서 되려 실점이 늘어났다. 실책성 수비가 있었지만 정철원의 공이 정타가 된 것부터가 문제였다. 김현수는 결국 최지훈으로 교체됐다.
이어진 1사 2루에서 정철원이 폭투를 범했지만 마르틴 뮤지크를 삼진 처리했다. 2사 3루가 되자 결국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 선발 투수인 고영표를 내세웠고 고영표는 윌리엄 에스칼라를 삼진 처리했다.
7회말 김하성의 솔로포로 다시 1점을 도망갔지만 8회초도 순탄하지 않았다. 1사 후 고영표가 필리프 스몰라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자 보이텍 멘시크 타석을 앞두고 김원중을 투입했다. 김원중 투입도 실패였다. 멘시크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에릭 소가드를 삼진 처리했지만 마렉 흐룹에게 사구를 허용,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이용찬을 투입했지만 폭투로 추가 실점 했다. 마르틴 체르벤카를 삼진 처리했지만 한국은 8회까지 3실점했다.
이제 한국의 8강행 운명은 체코와 호주전에 달렸다. 물론 한국이 중국에 패하고 호주가 일본을 이긴다면 한국은 탈락 확정이다. 다만 호주가 일본에 패한다는 가정을 하고 한국의 8강행 가능성을 예측하자면, 오는 13일 낮 12시에 열리는 체코와 호주의 경기에서 체코와 호주가 4점을 이상을 주고 받는 난타전을 펼쳐야 한다. 그러면 한국, 호주, 체코가 모두 2승2패가 되고 동률 팀간 경기 실점률(실점/수비 아웃)로 순위를 가린다. 이후에는 최소 자책점과 팀 타율 등의 순서다.
한국은 호주전에 9이닝(27아웃) 8실점을 했다. 체코전에는 9이닝(27아웃) 3실점을 더해 총 18이닝(54아웃) 11실점이다. 체코는 한국전 8이닝(24아웃) 7실점이다. 호주는 한국전 9이닝(27아웃) 7실점이다.
호주와 체코의 경기에서 체코가 홈으로 후공이다. 반드시 체코가 승리하되, 체코는 호주에 9이닝(27아웃) 4실점 이상 허용하면서 승리해야 한국이 8강 티켓을 차지할 수 있다. (9회초로 경기가 끝난다는 가정)
그럴 경우 한국은 11실점/54아웃, 체코는 최소 11실점/51아웃, 호주는 최소 12실점/51아웃이 된다. 한국의 실점률이 가장 낮다. 만약 체코가 호주에 4-3으로 승리한다면, 한국은 탈락이다. 체코가 8강에 올라간다. 호주가 승리하면 호주가 8강이다.
여러모로 한국의 자력 8강행은 힘들다. 그리고 경우의 수마저 복잡하다. 체코전 3실점이 어떤 후폭풍으로 이어질지는 13일 오후에 확인할 수 있다./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