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생 끝날 때까지 생각날 것 같다.”
한일전 ‘콜드게임급’ 대패의 충격이 이정후(25)는 아직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체코와의 경기에서 1회 결승타를 치는 등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면서 7-3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이정후의 우전 적시타가 이날 경기의 결승점.
호주, 일본에 연달아 패배를 당한 뒤 체코를 잡아내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개운한 승리까지는 아니다. 체코가 호주를 상대로 4점 이상을 주고 받으면서 승리를 거둬야만 한국의 8강 가능성이 생긴다.
승리에도 이정후는 환하게 웃지 못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정후는 "이기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겼다고 좋아해야 할 상황도 아니다. 다시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라면서 "팬분들도 끝까지 응원해주고 계시고 내일 호주 경기가 어떻게 끝나더라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게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을 때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어두운 표정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지난 10일 한일전 4-13, 콜드게임급 대패의 충격이 아직 남아 있었다. 당시 이정후는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도쿄돔을 빠져나갔다. 믿을 수 없는 패배에 이정후의 충격이 큰 듯 했다.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이정후는 "한일전 이후 마음을 추스린다기 보다는..."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그는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제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이번 한일전은 계속 생각 날 것 같다"라면서 "분한 것도 있고 '이게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감정이 오갔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정후는 다시 이를 갈았다. 그는 "실력 차이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치게 되어서 좋았던 것 같다. 확실히 공이 달랐다. 우리 리그에서 보지 못했던 공들이었다. 저도 경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충격과 분노는 이정후를 또 다시 들끓게 했고 더 발전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