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km의 사사키 로키(일본)도 공략했던 체코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국가대표 에이스의 자질도 확인했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한일전 콜드게임 참사를 틀어막은데 이어 한국의 첫 승을 이끄는 완벽투로 한국의 옅은 경우의 수 확률을 높였다.
박세웅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체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의 7-3 승리를 이끌면서 한국에 대회 첫 승을 안겼다.
박세웅은 지난 10일 한일전 4-13 대패를 당하던 과정에서 마지막 10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체코전 선발 투수로 내정된 상황이었지만 콜드게임 대패를 막기 위해 고육지책을 썼다. 한일전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1개의 공을 던졌고 하루 휴식 후 체코전 선발 마운드에 올라왔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체코는 B조 복병이었다. 중국과의 1차전 9회 역전 3점포로 체코 야구 역사상 WBC 첫 승을 거뒀다. 전날(11일) 일본전에서도 164km를 뿌린 사사키 로키를 공략했고 점수도 곧잘 뽑아내는 등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렸다. 하지만 박세웅은 이런 체코를 완벽하게 돌려 세우면서 믿음직스러운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수확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한국의 첫 승을 위해 박세웅은 힘차게 던졌다. 1회 선두타자 보이텍 멘시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에릭 소가드는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마렉 흐룹 역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도 마찬가지였다. 마르틴 체르벤카, 마테이 멘시크, 마르틴 뮤지크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커브, 슬라이더, 패스트볼 등의 구종을 앞세워 체코 타자들을 압도했다. 3회에는 선두타자 윌리엄 에스칼라를 2루수 땅볼, 페트르 지먀를 삼진, 필리프 스몰라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타순이 한 바퀴 돌고도 박세웅은 굳건했다. 보이텍 멘시크를 1개의 공으로 3루수 땅보롤 유도했다. 소가드와는 8구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그리고 흐룹도 초구에 3루수 땅볼로 요리, 퍼펙트 행진은 계속됐다.
그러나 5회 선두타자 체르벤카에게 초구를 던지다 좌선상 2루타를 허용했다. 이번 대회 첫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멘시크와 뮤지크를 연달아 삼진으로 솎아냈다. 5회 2사 2루 상황에서 1라운드 한계 투구수(65개)가 임박하자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와 박세웅의 상태를 체크했고 곽빈에게 공을 건넸다.
박세웅은 현재 대표팀 투수진 가운데 가장 좋은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오사카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즈와의 공식 평가전 2이닝 무실점부터 한일전과 이날 체코전까지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수진 전체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박세웅은 투수진의 중심을 잡았고 한국을 수렁에서 건져올렸다. 박세웅은 할 만큼 했다. 이제 한국의 8강행은 하늘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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