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직장을 갖고 있는 ‘투잡러’들이 펼치는 동화야구에 일본 팬들이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 투잡러 선수들의 손에 한국의 8강 티켓이 달려 있다.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린 12일 일본 도쿄돔. 이날 경기는 한국의 7-3 승리로 끝났다. 예상과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나 경기장 분위기 만큼은 한국보다 체코가 더 승리한 듯 했다. 그만큼 체코를 향한 응원 소리가 컸다는 의미였다.
체코 팬들은 물론 일본 야구팬들도 체코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내고 아쉬워 하기도 했다.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8회말 무사 1루에서 최정의 병살타를 2루수 에릭 소가드와 유격수 보이텍 멘시크가 깔끔한 수비로 만들어 냈을 때 도쿄돔의 함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체코의 이번 WBC 참가는 극적이었다.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WBC 최종예선을 극적으로 뚫고 본선에 합류했다. 전업 야구 선수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다.
파벨 하딤 감독의 본업은 신경과 전문의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10시즌을 뛴 포수 마르틴 체르벤카는 체코 역사상 최고의 야구선수로 불렸지만 현재는 잡지 외판원이고 한국전 선발 등판한 루카스 에르콜리는 체코야구협회 홍보 매니저다. 한국전 지명타자인 페르트 지먀는 애널리스트다. 투수 마렉 미나리크는 부동산중개인, 외야수 아르노스트 두보비는 고등학교 체육 및 지리 교사로 재직 중이다.
이들은 WBC 대회에 체코야구협회가 직접 제작한 대표팀 가이드북에서도 선수들의 본업을 적어놓으면서 ‘투잡러’ 대표팀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고 대표팀의 테마로 삼았다.
허슬 플레이에는 누구보다 좋아했고 미소 지었다. 하딤 감독은 직접 나와서 투수를 격려했다. 이날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제프리 바르토는 5⅔이닝 1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그리고 하딤 감독은 직접 바르토를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고생했다는 뜻의 미소를 보여짓기도 했다. 체코 선수단 전체에 미소가 번지는 장면.
선수들 역시 ‘즐겜러’의 마인드로 즐겼다. 체코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즐겼다. 그래도 그라운드에서 진심을 다했다. 그 진심이 팬들에게 전해진 듯 했다. 진심은 박수갈채로 이어졌다. 체코의 동화 같은 스토리는 도쿄돔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