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과 일본전에서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을 구긴 토미 현수 에드먼(28)이 남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2경기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에드먼은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B조 일본과의 경기에 1번 2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리드오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4타수 무안타와 함께 장기인 수비에서도 실책을 범하며 고개를 숙였다.
에드먼은 라스 눗바, 오타니 쇼헤이, 요시다 마사타카 등 일본 메이저리거들과 달리 타석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앞서 호주전 마지막 타석 안타로 감을 잡은 듯 했지만 1회 2루수 땅볼, 3회 우익수 뜬공에 이어 5회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 이후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7회에는 3루수 파울플라이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그래도 그 동안 수비만큼은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클래스를 뽐냈지만 이날은 달랐다.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요시다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잘 잡은 뒤 1루에 악송구하며 1사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에드먼은 선발 김광현이 후속 두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안도할 수 있었다.
KBO는 순혈주의를 깨고 현재 국적과 관계없이 부모 또는 조부모의 혈통, 출생지로 국적을 결정할 수 있는 WBC 출전 규정을 따라 에드먼을 전격 국가대표로 발탁했다. 에드먼은 1995년 한국인 어머니 곽경아 씨와 대학야구 코치인 아버지 존 에드먼 사이에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한국계 선수다.
에드먼은 2년 전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검증된’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다. 2019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첫해 타율 3할4리-11홈런의 강한 임팩트를 남겼고, 2021년부터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30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의 면모를 뽐냈다. 메이저리그 4시즌 통산 성적은 459경기 타율 2할6푼9리 40홈런 175타점 79도루 OPS .732에 달한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단 에드먼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연습경기서 6할대 타율을 기록한 김혜성이 벤치에 앉을 정도로 입지가 굳건했지만 WBC 2경기서 타율 1할2푼5리(8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빈타에 시달렸다.
일본 언론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팀 동료 에드먼과 눗바를 연일 비교하고 있다. 복수 매체는 “한일전이 끝난 뒤 눗바에게는 취재진이 몰린 반면 에드먼은 그렇지 않았다. 두 선수가 대조되는 모습이었다”라고 짚었다.
‘더 다이제스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WBC 한국대표팀에 참가한 애드먼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일본 타선에 막히며 대회 타율이 1할2푼5리에 머물러 있고,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수비에 정평이 나있는 선수가 수비 실책을 범하며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한국은 8강 진출이 희박해졌지만 아직 12일 체코전과 13일 중국전을 남겨두고 있다. 한국의 기대주에서 아픈손가락이 된 에드먼이 남은 2경기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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