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의 WBC는 매 경기, 매 이닝이 중요해졌다. 그런데 투수진이 얼마나 버텨줄지 관건이다. 선발이 문제가 아니다. 선발 이후 두 번째 투수부터 책임질 구간에서 한국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은 12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3차전 체코와 경기를 치른다. 이미 1차전 호주, 2차전 일본에 완패를 당한 한국은 남은 체코, 중국전을 최대한 큰 점수 차로 승리한 뒤 호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사실상 남은 경우의 수는 한국이 남은 2경기를 모두 승리한 뒤 체코가 호주와 난타전을 벌이면서 승리를 거두는 시나리오가 성사되어야 한다.
일단 한국의 8강 진출을 위한 선결 조건은 체코전을 승리하는 것이다. 한국은 체코전 선발 투수로 박세웅을 예고했다. 박세웅은 지난 10일 일본과의 경기 4-13으로 뒤진 7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등판해 추가 실점을 막고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콜드게임 패배를 막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콜드게임을 막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리고 12일 체코전 선발 투수로 예고됐다. 지난 10일 선발 등판을 선발 피칭 전 루틴 삼아 하는 불펜 피칭으로 생각하면 될듯 하다. 이날 투구수는 11개였다.
사실 현 시점에서 선발과 불펜을 가리면서 등판 여부를 따질 겨를이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누가 나서든지 최적의 전력을 이끌 수 있는 선발 투수가 필요했고 체코전은 박세웅으로 낙점했다. 다만, 일본전 콜드게임만은 막기 위해 박세웅이 등판했다고 봐야 했다. 박세웅은 이후 실점 없이 이닝을 책임지면서 한국의 자존심은 지켰다. 하지만 이제 관건은 체코전이다. 체코를 상대로 얼마나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박세웅이 빠른 시점에 내려가더라도 이후를 책임질 두 번째 투수가 누가 될지도 관건이다. 일본의 경우 3경기를 치르면서 선발 이후 두 번째 투수가 경기 중후반의 변수들을 차단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1차전 중국전 도고 쇼헤이, 2차전 한국전 이마나가 쇼타, 3차전 체코전 선발 사사키에 이어 우다가와 유키가 아웃카운트 1개를 처리한 뒤 3번째 투수 미야기 히로야가 5이닝을 책임지면서 경기를 매듭지었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러한 투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 투수 및 그 이후 투수도 선발만큼 중요하다. 호주전, 일본전 두 번째 투수로 중용 받았던 원태인이 하루만 쉬고 정상 컨디션을 회복해서 마운드에 오를지 지켜봐야 한다. 그 외에 다른 투수들의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원태인은 1차전 호주전 26구, 2차전 일본전 29구를 던졌다. 하루 휴식을 취했지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제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총력전이다. 체코전 선발 박세웅이 최대한 이닝을 끌어주는 게 최상이지만 그 이후도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 과연 한국은 장타력이 만만치 않은 체코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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