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체코와 중국의 경기.
체코는 4-5로 패색이 짙은 9회초 1사 2,3루의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그러자 중국은 KBO리그 통산 105홀드에 홀드왕 타이틀까지 차지했던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인 주권을 마운드에 올렸다. 주권만큼 중국 마운드에서 경험을 갖춘 선수도 없었다.
그러나 주권은 공 1개에 무너졌다. 1사 2,3루에서 마르틴 무지크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한가운데 실투로 들어갔다. 무지크는 놓치지 않고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야구 변방’이고 야구 선수가 본업이 아니라 본래 직장을 갖고 있는 ‘투잡러’ 선수들이라도 실투는 놓치지 않고 담장 밖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파워와 펀치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체코는 지난해 9월 열린 WBC 최종예선에서 이변을 연출하면서 본선에 극적으로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도 체코는 4경기에서 10개의 홈런포를 폭발시키면서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했다. 한국 대표팀도 전력분석을 하면서 체코의 장타력이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본선 첫 경기부터 위협적인 장타력을 과시했다. 역전 스리런 포함해 홈런 2개를 기록하면서 체코 야구 역사상 최고의 날을 만들었다.
그리고 체코는 11일 일본과의 2차전 경기를 치렀고 2-10으로 패했다. 콜드게임이 아니라 일본을 최대한 괴롭히면서 9회 정규이닝까지 끌고갔다. 일본 선발 투수 사사키 로키의 강속구에도 타이밍을 맞췄다. 1회초 2사 후 마렉 슐럽은 101.9마일(약 164km)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2루타를 만들어냈고 이후 일본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뽑기도 했다. 일본을 당황하게 한 체코의 화력이었다. 비록 체코의 도전은 무위로 끝났지만 일본의 전력에도 주눅들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런 체코를 상대로 한국은 이번 WBC 대회 첫 승에 도전한다. 이미 호주, 일본에 연속으로 패한 한국은 8강 확률이 희박해졌지만 체코를 잡아야 경우의 수라도 따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체코의 장타력부터 억제해야 한다.
한국은 호주와 일본전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12(17이닝 21자책점)으로 난타 당했다. 피홈런은 4개나 얻어맞았다. 중국 투수력과 같은 수준이다(ERA 9.78, 4피홈런). 현재 마운드의 상황으로는 체코를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일단 체코와 중국을 모두 잡아야 한다. 그러나 호주가 10일 열린 중국과의 경기에서 12-2 7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했다. 2승을 챙긴 호주가 일본에 패하고 체코에도 패한다는 가정을 해야 한국의 8강행이 가능하다. 사실상 유일한 경우의 수다. 그것도 체코가 호주와 난타전을 벌이면서 승리해야 한다는 가정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