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야수 이진영(26)은 지난해 4월말 KIA에서 트레이드로 넘어온 뒤 ‘복덩이’로 거듭났다. 5월까지 27경기에서 타율 2할3푼5리(85타수 20안타)로 낮았지만 홈런 6개를 터뜨리며 17타점 OPS .785로 활약했다. 팀 내 홈런 1위에 오르며 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6월부터 페이스가 완전히 꺾였다. 6월 이후 43경기 타율 1할7푼8리(135타수 24안타) 2홈런 14타점 OPS .528에 그쳤다. 시즌 최종 성적은 70경기 타율 2할(220타수 44안타) 8홈런 31타점 OPS .627. 9월 중순 이진영을 2군에 내려보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상대팀들이 약점을 파악했는데 그에 대응하지 못했다. 내년에 경쟁하기 위해선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겨우내 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에도 다녀온 이진영은 스프링캠프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2경기 연속 적시타를 치며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고,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와서도 2일 롯데전에서 홈런과 밀어내기 볼넷으로 2타점을 올렸다. 이어 3일 SSG전 2볼넷, 7일 KIA전 3안타, 8일 삼성전 교체로 나와 볼넷 1개로 캠프 6경기 모두 출루했다. 6경기 총 성적은 10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4볼넷 2도루.
이진영은 “지난해에는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던 것 같다. 트레이드 이후 초반에 잘 될 때는 자신 있게 했는데 한 번 안 되고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심적으로 힘들었다. 1군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늘 잘해야 내일 경기가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남으려고 하다 보니까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시즌 중에는 대전 홈경기가 끝난 뒤 구장에 남아 밤샘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이것도 되돌아보면 실수였다. “힘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타격폼 문제라고 생각했다. 폼에 너무 사로잡혀 연습만 하다 보니 체력이 계속 떨어졌다. 웨이트할 시간도 없이 타격 연습만 하니 역효과가 났다”는 게 이진영의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나고 나면 전부 경험이고 성장의 과정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겨울부터 준비를 철저히 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매일같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기초 체력부터 다졌다. 캠프에 와서도 매일 저녁 개인 시간에 웨이트를 거르지 않는 모습에 구단 관계자들이 놀라기도 했다.
이진영은 “밥 먹고 나서 저녁 7시쯤 웨이트를 한다. 처음에는 체력과 힘을 키우려는 목적이었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작년에는 힘이 많이 들어가 헛스윙 비율이 높고, 컨택률이 떨어졌다. 차라리 힘을 덜 쓰고 나머지 힘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를 빼먹지 않고 한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웨이트했다”고 이야기했다.
캠프에 와서 수베로 감독과 대화를 통해 타격폼도 살짝 바꿨다. 수베로 감독은 펀치 기계에 비유해 스윙 전 방망이를 뒤로 빼는 테이크백 과정에서 멈춤 동작이 있는 이진영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건넸다. 이진영은 “컨택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는데 감독님은 너무 딱딱하고 리듬 없이 치면 힘이 분산된다고 하셨다. 타격코치님들과 얘기해 폼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올해 FA 채은성, 이명기 등 검증된 베테랑들의 가세로 외야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하지만 이진영은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됐다. 그는 “기회는 언제든 올 것이라 생각한다. 기회를 놓치지 않게 잘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한 시즌 경험으로 배운 것들이 많고, 멘탈적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 장타를 칠 수 있는 나의 장점을 살리며 수비도 착실하게 하겠다. 시즌 끝까지 1군에 붙어있는 게 목표다. 주전을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