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메이저리그에선 남은 계약을 파기하고 FA가 되는 옵트 아웃이 유행이었다. 유격수 잰더 보가츠(샌디에이고·11년 2억8000만 달러),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3년 1억530만 달러), 투수 카를로스 로돈(뉴욕 양키스·6년 1억6200만 달러)은 옵트 아웃으로 FA가 돼 새롭게 대형 계약을 맺었다.
특급 3루수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는 옵트 아웃을 하지 않았지만 이를 이용해 대형 연장 계약을 따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옵트 아웃으로 FA 권리 행사를 예고하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11년 3억5000만 달러의 초대형 연장 계약을 안겨주면서 또다시 돈방석에 앉았다.
그렇다고 모든 선수들이 이런 유행을 따른 것은 아니다. 골드글러브 10회에 빛나는 거포 3루수 놀란 아레나도(32)는 옵트 아웃 권리가 있는 데도 스스로 FA를 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시즌을 마치고 일찌감치 ‘옵트 인’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잔류했다.
지난 2019년 2월 콜로라도 로키스와 8년 2억60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한 아레나도는 2021년 2월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됐다. 트레이드 거부권을 포기하는 조거으로 1년 1500만 달러 추가 계약이 이뤄지면서 2027년까지 9년 2억7500만 달러 계약으로 확장됐다. 아울러 2021~2022년 2년 연속 옵트 아웃 조항도 넣었다.
그러나 아레나도는 2년 연속 옵트 아웃을 포기했다. 특히 지난해 148경기 타율 2할9푼3리 163안타 30홈런 103타점 OPS .891로 내셔널리그 MVP 3위에 오르며 가치를 높였지만 FA 시장에 나오지 않고, 세인트루이스와 5년 1억4400만 달러 잔여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32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고, 대형 계약이 쏟아진 시장 분위기상 잔여 계약보다 훨씬 큰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의외의 선택이지만 이유가 있었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아레나도는 “옵트 아웃을 분명 생각하긴 했지만 세인트루이스에 오기까지 오랜 과정이 있었다. 2년 만에 팀을 떠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느꼈다”며 “이곳에 있어 행복하다. 난 돈도 충분히 있다. 대부분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번다. 돈 갖고 불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레나도는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되기 전 콜로라도 구단 수뇌부와 깊은 갈등을 빚었다. 우승에 목마른 아레나도였지만 콜로라도의 행보는 정반대였다. 콜로라도와 오랜 불화 끝에 매년 우승을 노리는 ‘전통의 강호’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됐고, 2년 연속으로 가을야구를 뛰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세인트루이스에서 이기는 야구, 행복 야구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콜로라도에서 데뷔한 우투우타 3루수 아레나도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10시즌 통산 1384경기 타율 2할8푼9리 1520안타 299홈런 968타점 OPS .881을 기록 중이다. 데뷔 후 10년 연속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3루수 부문을 휩쓸 정도로 압도적인 수비력을 자랑한다. 실버슬러거 5회, 홈런왕 3회로 타격도 출중한 거포로 올스타에도 7차례 뽑혔다. 한국인 투수 류현진(토론토) 상대로 통산 31타수 16안타 타율 5할1푼6리 4홈런 2루타 4개 포함 10타점 3볼넷 2삼진 OPS 1.591로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천적이기도 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