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전문 왼손 투수를 뽑았더라면 달라졌을까.
김광현 11타자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이닝 4실점
양현종 3타자 3피안타 1피홈런 0이닝 3실점
김윤식 3타자 2볼넷 1사구 0이닝 3실점
구창모 3타자 2피안타 ⅓이닝이닝 2실점
이의리 4타자 3볼넷 ⅓이닝 무실점
한국 WBC 대표팀의 좌완 투수들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전과 일본전에서 거둔 성적표다.
김광현은 숙적 일본과의 라이벌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양현종은 호주전에 불펜으로 나왔고, 젊은 좌완 구창모, 이의리, 김윤식은 일본전 불펜 투수로 등판했다.
기록에서 보듯이 일본전 선발로 나온 김광현을 비롯해 좌완 투수들은 모두 성적이 좋지 못하다. 김광현은 선발로서 어느 정도 제 몫은 했다. 일본 강타선을 상대로 1~2회는 삼진 5개를 솎아내며 퍼펙트 피칭이었다. 초반부터 전력 투구를 한 김광현은 3-0으로 앞선 3회말 하위타순인 8~9 상대로 연속 볼넷을 내준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벤치의 판단은 더 아쉬웠다. 힘이 떨어진 김광현에 미련을 갖고 교체를 서두르지 않았다. 공의 구위가 떨어진 김광현이 1번 눗바에게 1타점 적시타, 곤도에게 1타점 2루타를 맞고서야 교체했다.
김광현 잘못 보다는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3회가 승부처혔다. 투수 교체가 늦어져서, 투수 운영을 잘못 한 내 책임이다"고 자책했다.
양현종은 지난 9일 호주전에서 4-5로 뒤진 8회 1사 후 등판해 안타, 안타, 홈런을 맞고 4-8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8회말 한국이 7-8까지 추격한 것을 생각하면 베테랑 양현종의 스리런 홈런 허용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젊은 좌완 선발들은 10일 일본전에서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6회 무사 3루에서 등판한 김윤식은 볼넷-사구-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교체됐다. 내보낸 주자는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4-11로 크게 뒤진 7회 등판한 구창모도 제 공을 던지지 못했다. 2안타를 맞고 1사 1,3루에서 교체됐다. 이어 나온 이의리의 제구는 더욱 엉망이었다. 폭투(실점)-볼넷-볼넷-삼진-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오타니 쇼헤이 상대로 사구를 맞힐 뻔 하며 도쿄돔 일본팬들의 집중 야유를 불러왔다.
게다가 스코어는 4-13까지 벌어졌고 콜드게임 패배 위기까지 몰렸다. 그나마 박세웅이 올라와 뜬공으로 위기를 넘겼고, 8회말도 실점없이 막애 콜드패를 막은 것이 다행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일본프로야구 팀들과 공식 평가전을 치를 때 “투수들이 돔구장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선발 유형 투수들이 지금 다 불펜 대기에 들어가야 한다. 롱토스 없이 들어가니까, 거기에 대비하는 것도 이틀간 해봐야 한다. 바로바로 몸을 풀 수 있는지, 워밍업이 빨리 될 수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 전 롱토스도 하고 자신의 루틴대로 몸을 푸는 선발 투수들이 불펜 대기에 들어가면 루틴과 달리 몸을 풀어야 한다. 공교롭게 대표팀 좌완 투수들은 전부 선발 투수들이다. 김윤식이 불펜 경험이 있지만 어린 나이에 첫 국제대회였다.
대표팀 투수 15명 중에 전문 불펜 요원은 고우석, 이용찬, 김원중, 정우영, 정철원 5명이다. 모두 우완 투수들이다. 대표팀의 좌완 투수는 김광현, 양현종, 구창모, 이의리, 김윤식으로 모두 선발 투수들이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한 선수들이지만 불펜 경험은 극히 적은 편이다.
전문 좌완 불펜은 한 명도 뽑지 않았다. 경험 많은 김광현과 양현종을 중요한 경기 불펜으로 기용할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구창모, 이의리의 구위가 올라오지 않으면서 김광현을 어쩔 수 없이 일본전 선발로 돌렸다.
물론 젊은 좌완 투수들의 실패는 익숙치 않은 불펜으로 던진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제구력 부족과 자신감 결여가 더 커 보였다. 그렇지만 150km 빠른 볼을 지닌 김범수(한화), 체인지업이 좋은 김재웅(키움) 등 전문 좌완 불펜이었다면 조금 달라졌을까 라는 궁금증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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