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너무 컸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일까. 한국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정에 메이저리거이자 테이블세터, 키스톤 콤비는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9~10일 WBC 1라운드 첫 2경기에서 내리 패했다. 복병이지만 반드시 이겨야 했던 호주에 7-8로 패하며 충격의 시작을 알렸고 ‘숙적’ 일본에는 현격한 수준 차이를 절감하면서 4-13으로 대패를 당했다. 콜드게임을 간신히 면한 수준이었다. 이제 한국은 앞선 2차례 대회와 마찬가지로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해서는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최악의 상황과 직면했다. ‘도쿄돔 참사’으로 여러 이유를 따질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대표팀에 합류한 메이저리거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한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대표팀의 ‘유이한’ 메이저리거인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과 김하성(샌디에이고)의 타선 존재감과 영향력은 미미하다. 2021년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 에드먼과 2022년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후보까지 오른 김하성이 이끄는 내야 센터라인은 이번 WBC 참가국 가운데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테이블세터에 배치되어 타선의 포문을 열어주기를 기대했다.
수비에서의 기대치는 분명 충족시켜주고 있다. 에드먼이 실책 1개를 기록하긴 했지만 호주와 일본전에서 수비로 문제될 일은 없었다. 탄탄한 내야라인은 한국의 강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공격력이었다. 이들은 2경기 동안 밥상을 전혀 차려주지 못했다. 2경기 11득점으로 득점력 자체가 나쁘지 않았지만 모두 하위타선에서 장타(양의지 2홈런)로 연결된 점수였고 상대의 자멸에서 비롯된 점수이기도 했다. 1번 타자 에드먼이 8타수 1안타 1볼넷 OPS .347에 그치고 있고 김하성은 8타수 무안타 1볼넷 2득점 OPS .111이다. 두 선수 도합 16타수 1안타, 타율 6푼3리다. 테이블세터에서 출루 자체가 되지 않자 타격감이 괜찮은 이정후(8타수 3안타)가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게 일상이었다.
활화산 같은 타격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출루하고 활발하게 도쿄돔의 그라운드를 휘젓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 모습 자체가 실종됐다. 현역 메이저리거들을 향한 기대가 너무 컸기에 돌아오는 아쉬움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에드먼의 자리에 나설 수 있는 내야수 김혜성이 애리조나 전지훈련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공식 평가전까지 뜨거운 방망이를 보여줬다. 김혜성은 애리조나에서 열린 4차례 연습경기와 고척에서 열린 SSG 2군 연습경기에서 타율 6할4푼7리(17타수 11안타)를 기록했고 본선 직전 열린 한신과의 평가전에서도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벤치의 선택에 따른 결과론적인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일본 빅리거들의 맹활약과 비교되기에 에드먼과 김하성의 부진은 더욱 도드라진다. 일본은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9일 중국전 선발 등판해 4이닝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타석에서도 타율 5할7푼1리(7타수 4안타) 3타점 OPS 1.584를 기록했다. 에드먼처럼 혼혈 선수로 어머니의 나라 유니폼을 입은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도 타율 5할(8타수 4안타) 1타점 4득점 OPS 1.136을 기록 중이다. 에드먼과 같은 위치이기에 더욱 비교될 수밖에 없다. 또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도 타율 5할(6타수 3안타)에 5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기적을 바라야 한다. 체코와 중국을 모두 잡고 체코가 호주와 난타전으로 이겨주면서 상황을 난전으로 이끌어야 희박한 경우의 수가 보인다. 과연 한국의 WBC 여정에 에드먼과 김하성의 테이블세터 조합이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