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투수 김윤식의 공에 맞고 ‘레이저’ 눈빛을 발사한 라스 눗바(26·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경기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농담으로 웃어 넘겼다.
눗바는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2023 월드베이스볼래식(WBC) B조 조별리그 한국전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 6-4로 앞선 6회 무사 1,3루에서 상대 투수 김윤식으로부터 몸에 맞는 볼을 얻었다.
2구째 142km 직구가 김윤식의 손에서 완전히 빠져 눗바의 등을 맞혔다. 그러자 눗바는 방망이를 옆으로 던진 뒤 김윤식을 노려봤다. 팔다리에 보호 장비를 풀면서도 김윤식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며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다. 고의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길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한 눗바의 승부 근성이자 신경전이었다.
‘데일리스포츠’를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장내 히어로 인터뷰에 나선 눗바는 사구 순간에 대해 “몸이 뭉쳐있던 부위에 맞았는데 그걸로 조금 풀렸다. 딱 좋았다”는 농담 섞인 대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눗바는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사구 3출루로 일본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했다. 0-3으로 뒤진 3회 무사 1,2루 찬스에서 한국 선발 김광현의 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일본의 첫 득점으로 추격과 역전의 발판이 된 적시타. 이어 6회 무사 1,3루에서 눗바가 몸에 맞는 볼로 연결한 만루에서 일본은 5득점 빅이닝에 성공하며 11-4로 스코어를 벌렸다.
여세를 몰아 7회 1사 1루에서도 눗바는 좌완 구창모에게 우전 안타를 친 뒤 한국 수비가 3루에 시선이 쏠린 틈을 놓치지 않고 2루까지 파고들는 주루 센스를 뽐냈다. 앞서 5회 수비에선 김하성의 빗맞은 타구에 첫 발 스타트를 빠르게 끊어 다이빙 캐치, 도쿄돔 일본 팬들을 열광시켰다. 눗바의 공수 활약에 힘입어 일본도 한국을 13-4로 완파했다.
눗바는 첫 경기였던 지난 9일 중국전에도 1번타자 중견수로 나서 4타수 2안타 2득점 2볼넷으로 4출루 경기로 일본의 8-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도 3회 러진쥔의 빗맞은 타구를 빠르게 달려와 다이빙 캐치했고,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두 팔 번쩍 들어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202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세인트루이스 주전 우익수로 자리잡은 눗바는 영국과 독일 혈통이 섞인 네덜란드계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 부모 국적으로 출전 가능한 WBC 규정에 따라 눗바는 일본계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사무라이 재팬에 합류했다. 그리고 2경기 만에 공수주 맹활약으로 일본의 복덩이가 됐다.
눗바는 이날 한국전 히어로 인터뷰에서도 “기분 최고다. 일본 대표팀의 일원이 될 수 있어 영광이고, 이길 수 있어서 좋다”며 2경기 연속 호수비에 대해 “아리가또(고맙다)”라는 일본말을 3번 연속 반복했다. 이어 또 일본말로 “일본 너무 좋다. 모두 고맙다”며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