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 마차도(31)가 지난달 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11년 3억5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으면서 브라이스 하퍼(31·필라델피아 필리스)의 4년 전 선택이 소환됐다.
1992년생 동갑내기인 마차도와 하퍼는 지난 2019년 나란히 대형 FA 계약을 따냈다. 당시 겨울 내내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로 마음고생하던 두 선수였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대박이 찾아왔다. 2월에 마차도가 10년 3억 달러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뒤 3월에는 하퍼가 13년 3억3000만 달러로 필라델피아와 계약했다.
둘 다 10년 이상 장기 계약에 성공했지만 차이가 하나 있었다. 하퍼가 13년 내내 필라델피아에 묶인 반면 마차도는 5년 뒤 FA가 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을 넣었다. 지난 4년간 특급 성적을 내며 시장 가치를 높인 마차도는 올 시즌을 끝으로 옵트 아웃을 행사해 FA 시장에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샌디에이고가 연장 계약을 서두른 끝에 또 한번 대형 계약이 성사됐다. 마차도는 샌디에이고에서만 무려 15년간 총 4억7000만 달러 거액을 벌게 됐다.
하퍼로선 4년 전 마차도처럼 옵트 아웃을 계약 조건에 포함하지 않은 게 아쉬울 법하다. 마차도의 계약을 부러워할 줄 알았는데 하퍼는 신경쓰지 않았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MLB.com’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퍼는 옵트 아웃과 관련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난 팀에 오래 머물기로 결정했다. 마차도도 옵트 아웃을 사용하지 않고 연장 계약한 것이다”며 “나에겐 이 팀에 오래 있을 것이라는 팬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가장 컸다. (옵트 아웃 시기가 오면) ‘어디로 가는 거야?’ 같은 혼란을 겪고 싶지 않았다. 구단과 팬들이 그걸 알기를 바랐다.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 오래 있을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필라델피아에 뼈를 묻을 각오로 왔기 때문에 하퍼는 중간에 팀을 떠날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오는 2031년 만 38세 시즌까지 계약이 남아있는 하퍼는 “40대까지 잘 뛰는 것이 항상 꿈이자 목표였다. 38살까지 여기에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보자”고 이야기했다.
지난 2010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스 지명된 좌타 거포 외야수 하퍼는 2012년 데뷔 후 메이저리그 11시즌 통산 1382경기 타율 2할8푼 1379안타 285홈런 817타점 OPS .913을 기록 중이다. 신인왕, MVP 2회, 올스타 7회, 실버슬러거 2회 경력을 자랑한다. 필라델피아에 와서도 4년간 455경기 타율 2할8푼2리 457안타 101홈런 296타점 OPS .940으로 활약했다. 2021년 내셔널리그 MVP를 받았고, 지난해 필라델피아의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이끌며 FA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시즌 후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집이 있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재활하던 하퍼는 10일 필라델피아 스프링 트레이닝이 차려진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 왔다. 그는 “매일 나아지고 있지만 팔꿈치 수술은 내가 처음 다루는 것이고, 매일 조심스럽게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언제 복귀할 것이라고 정해놓고 싶지 않다. 올스타 휴식기 전후로 모두 가능성 있지만 서두르지 않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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