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영입을 위해 전세기까지 동원했다. ‘청정 홈런왕’ 애런 저지(31·뉴욕 양키스)를 향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FA 영입 의지는 진심이었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저지의 FA 계약 과정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지난해 금지 약물과 무관한 타자로는 역대 한 시즌 최다 62홈런을 터뜨리며 FA 시장에 나온 외야수 저지는 원소속팀 양키스와 9년 3억6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연평균 4000만 달러는 역대 야수 중 최고 대우.
하지만 저지는 이보다 더 큰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영입 유력 후보였던 고향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뿐만 아니라 제3의 팀 샌디에이고가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거액을 베팅한 것이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샌디에이고의 제안은 총액 4억 달러 이상이었다. 2개의 다른 소식통은 최소 12년에 총액 4억1500만 달러 범위의 계약이었다고 귀띔했다.
양키스가 당초 제안한 8년 3억2000만 달러보다 총액 1억 달러 가까이 샌디에이고가 더 많이 제시한 것이다. 저지는 “샌디에이고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중요한 제안을 했다”고 떠올렸다. FA 영입 1순위였던 특급 유격수 트레이 터너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1년 3억 달러에 계약하자 샌디에이고는 발 빠르게 저지 측과 접촉하며 거액을 베팅했다.
예상 밖 제안에 놀랐지만 샌디에이고의 진지함을 확인한 저지 에이전시 ‘PSI 스포츠 매니지먼트’는 이 사실을 저지 본인에게도 알려줬다. 논의를 진전하기 위해선 대면 회의가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당시 저지가 머물던 탬파에서 샌디에이고로 가는 비행기 직항편이 없었다.
그러자 샌디에이고 구단은 저지를 위한 개인 전세기 사용료를 지불했다. 저지와 에이전시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사만다와 애완견까지 전세기를 타고 샌디에이고에 왔고, 곧장 홈구장 펫코파크로 향했다. 이곳에는 피터 세이들러 구단주, A.J. 프렐러 단장, 조쉬 스테인 부단장, 밥 멜빈 감독 등 샌디에이고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약 3시간 동안 비밀리에 만났고, 저지는 샌디에이고 클럽하우스와 웨이트룸, 배팅 케이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고, 저지는 그렇게 샌디에이고를 떠났다. 프렐러 단장은 “회의는 잘 진행됐지만 저지는 그날 날아갔다”며 계약이 안 될 것으로 직감했다.
이후 애런 분 양키스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저지는 팀에 남고 싶지만 계약 조건에서 차이가 크다는 속내를 밝혔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휴가 중이던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가 저지에게 직접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연락했고, 상향된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진심을 확인한 저지도 곧바로 잔류를 결정했다.
샌디에이고와 비밀리에 만남 이후 양키스와 계약이 이뤄졌다. 마치 이용을 당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샌디에이고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샌디에이고와 만남은 양키스와 계약 합의 이후 알려졌다. 무엇보다 양키스 팀에 대한 저지의 애정과 진심을 느꼈다. 양키스에 남기 위해 더 적은 돈을 택한 저지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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