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95승 투수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를 무너뜨렸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무너진 다르빗슈 뒤에는 또 다른 괴물 투수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한일 야구의 수준, 뎁스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 일본전에서 4-13 대패를 당했다. 7회 콜드게임 위기를 간신히 면한 한국은 투타에서 일본 야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일본은 어린 아이 손목 비틀듯 한국을 손쉽게 꺾었다. 양국 모두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한일전에서 한국은 최근 6연패 중이다.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 4-3 역전승이 마지막 승리.
이날 일본 선발 다르빗슈는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사구 1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난조를 보였다. 2회까지 다르빗슈에게 막힌 한국은 3회 강백호의 2루타와 양의지의 투런 홈런으로 기선 제압한 뒤 상대 실책으로 잡은 2사 2루에서 이정후의 우전 적시타가 터지며 다르빗슈를 흔들었다.
그러나 한국 타선이 제대로 힘쓴 것은 이 3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어 나온 일본 투수들은 적어도 이날 다르빗슈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지난해 노히트노런 게임을 펼친 일본 정상급 좌완 이마나가 쇼타(30·요코하마)가 4회 구원등판,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154.8km, 평균 152.1km 포심 패스트볼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한국 타자들의 헛스윙을 9번이나 이끌어냈다. 유일한 실점이 6회 박건우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었는데 바깥쪽 낮게 제구가 잘 된 패스트볼로 실투가 아니었다.
7~9회에는 우완 우다가와 유키(25·오릭스), 좌완 마쓰이 유키(28·라쿠텐), 우완 다카하시 히로토(21·주니치)가 나란히 1이닝 퍼펙트로 막고 한국 추격 의지를 꺾었다. 특히 다카하시와 우다가와는 1군에 데뷔한 지 1년밖에 안 되는 영건들이다. 이날 한국전이 일본 국가대표로 치르는 첫 경기였는데 깔끔한 투구로 또 한 번 성장을 거듭했다.
이날 최고 구속 기준으로 우다가와는 153.5km, 마쓰이는 149.8km, 다카하시는 156.6km를 가볍게 뿌렸다. 최정, 김하성, 김현수, 박건우 등 한국 강타자들도 줄줄이 삼진으로 돌아섰다.
반면 한국은 선발 김광현(2이닝 4실점)을 비롯해 원태인(2이닝 1실점), 곽빈(⅔이닝 1실점), 정철원(⅓이닝 1실점), 김윤식(0이닝 3실점), 김원중(⅓이닝 1실점), 구창모(⅓이닝 2실점) 등 7명의 투수들이 실점하면서 일본에 무려 13점을 내줬다. 다르빗슈가 무너져도 더 강한 투수들이 버틴 일본과 달리 한국은 나오는 투수들마다 흔들리며 투수력의 수준, 뎁스 차이를 실감해야 했다.
이날 등판한 한국 투수 10명 중 최고 구속 150km 이상 던진 투수는 이의리(155.1km), 곽빈(153.7km) 둘뿐이었다. 구속이 빠르지 않으면 제구가 좋거나 헛스윙을 이끌어낼 확실한 공이 있어야 하는데 이날 한국 투수들은 모든 면에서 일본 투수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타자 상대는커녕 스트라이크 하나 던지는 것도 버거웠다.
일본 투수 5명은 다르빗슈의 몸에 맞는 볼 1개를 제외하면 사사구가 없었다. 반면 한국 투수 10명은 볼넷 8개, 몸에 맞는 볼 1개로 무려 9개의 사사구를 남발했다. 6회 김윤식, 7회 이의리가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자멸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일본 66.9%, 한국 57.5%)과 헛스윙 유도율(일본 12.7%, 한국 9.1%) 모두 일본의 압도적 우위. 타자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한일 야구 수준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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