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 완벽한 패배였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WBC B조 예선 2차전에서 4-13으로 무너졌다. 이틀 연속 고배를 마시며 8강 진출의 희망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출발은 좋았다. 한국은 3회 선두 타자 강백호의 좌중간 2루타에 이어 양의지의 좌월 2점 홈런으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2사 후 김하성이 3루수 무라카미의 실책을 틈타 2루에 안착했다. 곧이어 이정후의 우전 안타로 3-0으로 달아났다.
'위기 뒤 찬스, 찬스 뒤 위기'라고 했던가. 일본은 3회말 공격 때 집중력을 발휘하며 4-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한국 투수들을 신나게 두들기며 5회 2점, 6회 5점, 7회 2점을 뽑아냈다.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마다 얻어터지면서 7회 콜드 게임 패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국은 6회 박건우의 홈런으로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선발 김광현은 2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으로 고배를 마셨다. 원태인, 곽빈, 정철원, 김윤식, 김원중, 정우영, 구창모, 이의리가 이어 던졌지만 상대 타선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9점 차 뒤진 7회 2사 만루 상황을 잠재우는 등 1⅓이닝 무실점 호투한 박세웅 덕분에 콜드게임 패배 수모를 피했다.
미일 통산 134승 128세이브 104홀드 레전드 출신 우에하라 고지는 일본 스포츠 매체 '닛칸 스포츠'를 통해 한일전을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그는 "과거 한일전은 일본의 투수진과 한국의 강력한 타선이 대결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 투수진의 힘은 떨어지고 일본의 투타 수준은 상승했다. 호주전에 패한 한국은 필사적으로 싸웠지만 역량 차를 뒤집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으나 이제 더 이상 일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전체적으로 힘든 경기였다. 초반 승기를 잡았는데 투수 교체가 늦어져서 내가 투수 운영에 실패한 것 같다"고 했다.
또 "일본이 잘 했고 잘한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가진 것을 전부 다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성장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오는 12일 체코에 이어 13일 중국과 맞붙는다. 이강철 감독은 "지금까지 던진 투수 중 구위가 좋은 투수를 최대한 활용해서 하겠다. 아직 끝난 게 아니기에 최선을 다해서 꼭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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