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멘탈 붕괴가 굴욕의 연패를 당했다.
한국 대표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5회 WBC 1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 4-13으로 대패했다. 첫 상대 호주전에 이어 마운드 붕괴가 원인이었다. 2경기에서 무려 21실점을 했다. 흐름을 망치는 수비 실책도 없었다. 역대 국제대회 역사상 최악의 마운드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날 선발 김광현은 혼신의 투구로 일본 강타선을 2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오타니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힘을 얻은 타선은 일본 선발 다르빗슈를 상대로 3회초 양의지의 선제 투런포, 이정후의 적시타로 공략해 3-0 앞섰다. 도쿄돔에서 또 한번의 역사를 쓰는 듯 했다.
리드를 지켜야겠다는 의지가 컸을까. 3회 김광현은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8번과 9번 타자를 상대로 너무 맞지 않으려다 볼넷을 허용했다. 주심의 짠물 스트라이크존도 한몫했다. 리드오프 눗바와는 유리한 볼카운트(2B2S)을 이용하지 못하고 풀카운트에서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김광현은 실점하자 급격하게 흔들렸다. 연이어 곤도에게 중월 2루타를 맞고 또 한 점을 허용했다. 힘을 다한 모습이었고 결국 원태인으로 교체됐다. 원태인은 무사 2,3루에서 오타니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 작전을 펼쳤다. 4번타자 무라카미를 유격수 뜬공으로 유도했으나, 요시다에게 2타점 중전안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허망한 4실점이었다.
원태인은 4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팽팽한 승부를 잇는 듯 했으나 5회 첫 타자 곤도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한국은 강속구 곽빈을 내세웠지만 오타니에게 2루타를 맞았고 후속타가 이어지며 또 1실점했다. 5회 한 타자를 잡아낸 정철원도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6회 선두타자에게 3루타를 내주고 내려갔다.
한국 벤치는 김윤식을 올렸으나 압박감에 볼넷-사구-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도저히 마운드를 지키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바통을 받은 김원중은 오타니에게 적시타를 맞았고, 무라카미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요시다에게 우전 적시타까지 내주었다. 뒤를 이은 정우영마저 적시타를 맞고 5회에만 5실점했다. 스코어는 4-11까지 벌어졌다.
7회 마운드에 오른 구창모도 2안타를 맞고 1사 1,3루 위기를 초래했다. 구원에 나선 이의리는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았으나 폭투 1개와 볼넷 3개를 남발하며 두 점을 헌납했다. 스코어는 4-13까지 벌어졌고 콜드패 위기까지 몰렸다. 그나마 박세웅이 올라 아웃카운트 4개를 잡고 콜드패를 막았다.
마운드는 13안타와 9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자멸했다. 전날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도 선발 고영표가 5회 1사까지 2실점, 김원중과 양현종이 실투로 각각 스리런포를 맞았다. 타선이 7점이나 뽑았지만 마운드가 버티지 못했다. 2경기 21실점의 원인은 제구난조였다. 모든 원인은 엄청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멘탈의 붕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