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킬러’ 후보로 불리며 한일전 선발 등판이 유력했던 김광현과 양현종의 후계자들이 사라졌다. 일본의 좌타라인이 줄줄이 등장하지만 ‘광현종’의 후계자들인 구창모와 이의리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일본과의 경기에서 4-13으로 대패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2패를 안으면서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렸다.
전날(9일)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7-8로 충격의 패배를 당했던 한국. 이제 한일전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한일전 선발 투수로 한국은 원조 일본 킬러라고 불렸던 투수조 최고참 김광현을 선택했다. 결국 15년 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믿었던 그때처럼 다시 한 번 김광현의 어깨에 한국의 운명을 걸어야 했다.
사실 일본의 좌타라인을 생각하면 김광현을 선발 투수로 선택하는 것도 납득이 되는 선택이었다. 김광현만큼 한일전 경험이 많은 투수도 없었다. 그리고 일본 역시도 좌완 김광현에 대응을 하려고 해도 베스트 라인업은 1~5번까지 상위타선(라스 눗바-곤도 겐스케-오타니 쇼헤이-무라카미 무네타카-요시다 마사타카)은 좌타자들로 꾸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김광현은 2회까지 오타니 쇼헤이 포함, 삼진 5개를 뽑아내면서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3회초 타선이 선제 3득점에 성공한 뒤 너무 신중한 승부를 펼치다 8번 좌타자 겐다 소스케, 9번 우타자 나카무라 유헤이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위기에서 좌타자 상위타선으로 이어졌고 라스 눗바에게 적시타, 곤도 겐스케에게 적시 2루타를 내주며 3-2로 추격을 당했다.
벤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실점 위기에서 김광현을 교체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1라운드 투구수 제한(65개) 수치도 임박했다. 그런데 대표팀 벤치는 구창모, 이의리 등 촉망받았고 김광현과 양현종의 뒤를 이을 투수들로 꼽힌 투수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좌완이 아닌 우완 원태인을 내세웠다. 무사 2,3루 위기에서 오타니를 맞이했고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며 만루 작전을 펼쳤다. 원태인은 만루에서 무라카미를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결국 요시다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 3-4로 역전을 허용했다. 김광현의 책임주자 실점이었고 추가 실점 없이 상황을 수습했지만 아쉬움이 따른 선택은 분명했다.
이후 원태인을 5회까지 끌고 왔지만 곤도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면서 추가 실점했다. 이후 다시 오타니 타석을 앞두고 투수를 교체했지만 이번에도 좌투수가 아닌 우완 강속구 투수 곽빈을 내세웠다. 곽빈은 오타니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고 요시다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곽빈 이후 정철원이 바통을 이어 받았고 6회를 책임지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정철원은 좌타자였던 선두타자 나카노 다쿠무를 상대했고 우선상 3루타를 내줬다. 이후에야 비로소 좌완 김윤식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김윤식은 나카무라 유헤이에게 볼넷, 눗바에게 사구를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곤도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한국 벤치는 오타니 타석을 앞두고 다시 투수를 교체했지만 이번에도 좌완이 아닌 우투수 김원중이었다. 김원중 역시 오타니와 무라카미, 요시다의 좌타 라인을 잡아내지 못했다. 이번에도 구창모와 이의리는 중용받지 못했다.
좌타라인이 줄줄이 나오고 위기가 이어지던 상황이었지만 이를 틀어막지 못했다. 결국 6회에만 5실점 했고 4-11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구창모와 이의리는 신임을 받지 못했고 정예 투수조에 포함되지 못했다.
구창모와 이의리가 등판한 것은 이미 격차가 크게 벌어진 7회였다. 하지만 구창모는 아웃카운트 1개만 잡은 채 2피안타로 1사 2,3루 위기를 허용했다. 뒤이어 이의리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볼넷으로 오타니 앞에서 만루 위기를 만들었다. 오타니와 요시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구속은 150km를 상회했지만 제구가 흩날렸다. 2사 만루를 만든 뒤 결국 마운드를 박세웅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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