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아쉬운 장면의 연발이었다.
한국은 9일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WBC 1차전에서 7-8로 패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호주에게 덜미를 잡혀 3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위기에 몰렸다. 10일 일본을 이겨야 기사회생한다. 도저히 질 수 없는 경기를 졌다는 점에서 뼈아팠다. 상대투수들도 강하지 않았는데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충격적 패배의 원인으로 강백호의 세리머니 주루사가 지목을 받았다. 4-5로 뒤진 7회 1사후 대타로 나서 좌중간 2루타를 날렸다. 주목을 불끈 내지르며 세리머니를 하다 베이스를 살짝 벗어났다. 이 틈에 상대 야수가 태그를 했고 비디오판독 끝에 아웃 판정을 받았다. 1사2루가 2사로 돌변했고 한국은 추격의 흐름을 놓쳤다.
기본기를 잃은 강백호의 플레이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2020 도쿄올림픽 껌씹는 장면과 산책 주루까지 융단폭격을 당했다. 그러나 강백호의 세리머니 아웃에 가린 아쉬운 장면들도 많았다. 찬스를 살리지 못한 타격, 홈에 들어오지 못한 주루, 부담감에 실투를 거듭 투수들까지 패배로 가는 길을 제공했다.
8회말 박해민의 소극적인 주루가 아쉬웠다. 6-8로 추격한 가운데 1사만루에서 오지환의 2루 땅볼때 3루주자 이정후가 홈을 밟았다. 오지환의 발이 빨라 병살로 이어지지 않았다. 순간 호주의 홈플레이트는 아무도 없었다. 포수가 1루를 커버하는라 자리를 비웠다. 3루에 도착한 박해민이 이정후의 들어오라는 신호에도 쇄도하지 않았다. 동점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7번 3루수로 나선 최정의 타격은 실망스러웠다. 3회 첫 타자로 나서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5회 1사1,2루에서 연속 헛스윙 세 번으로 물러났다. 선구안이 부족했고 타이밍도 맞추지 못했다. 결국 7회 대타 강백호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9번타자 나성범도 7-8로 추격한 8회말 사이드암 투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파울-파울에 이어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김하성도 9회말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한 점차에서 선두타자 에드먼이 좌전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상대투수는 제구가 흔들리며 볼카운트 3-1까지 몰렸다. 김하성은 5구에 스윙을 했고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을 보고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흔들리는 상대를 도와준 결과였다.
투수진에서는 소형준과 김원중, 양현종의 부진이 뼈아팠다. 4-2로 앞선 7회초 소형준이 부담이 큰 탓이었는지 제대로 볼을 구사하지 못했다. 사구와 중전안타를 내주고 무사 1,2루에서 내려갔다. 장발마무리 김원중이 바통을 이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 불을 끄는 듯 했으나 글렌디닝에게 실투성 볼을 던져 좌월 역전 스리런포를 맞았다.
양현종의 부진도 안타까웠다. 4-5로 뒤진 8회 1사후 등판해 투아웃 삭제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첫 타자 윈그로브에게 2루 내야안타를 내주었고 웨이드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2,3루 위기에 몰렸다. 8번타자 포수 퍼킨스에게 좌월 홈런을 맞고 말았다. 선발투수로만 뛰었던 양현종에게 중간은 생소했던 모양이었다.
4-8로 벌어진 이 홈런은 결국 결승포가 되었다. 한국 타선이 7-8까지 추격했으나 한 점의 벽을 넘지 못했고 뼈아픈 패배를 했다. 벼랑에 몰린 한국은 무조건 10일 난적 일본을 반드시 이겨야 산다. 한국야구의 운명이 걸려 있는 일전이다. 결국 호주전에서 패배를 안겨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