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고개를 푹 숙인 채 믹스드존을 빠져 나갔다. 벼랑 끝 승부인 일본전에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7-8로 역전패했다.
패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처구니없는 주루사를 당한 강백호가 최대 이슈가 됐다. 강백호는 4-5로 1점 차 뒤진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정의 대타로 나서 KBO리그 한화에서 뛰었던 서폴드를 상대로 좌중간 펜스를 맞고 나오는 2루타를 터뜨렸다.
그러나 강백호는 2루 베이스를 밟은 후 3루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다가, 호주 2루수 로비 글렌대닝에게 태그 아웃을 당했다.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하자 호주 벤치는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결과는 아웃으로 뒤바뀌었다.
세리머니에 들뜬 나머지 오른 발이 베이스에 떨어졌고, 끝까지 집중해서 강백호를 지켜보고 있던 글랜대닝은 재빨리 태그해서 아웃이 된 것이다.
경기 후 글랜대닝은 "(강백호를) 태그하기 전에 어쩌먼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끝까지 지켜보다가 태그했다. 코치에게 비디오판독을 하라고 했고, 덕아웃에서 어필을 해 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1사 2루 득점 찬스가 졸지에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된 것. 바로 다음타자가 앞서 역전 3점 홈런을 친 양의지. 강백호의 주루사 이후 양의지는 중전 안타를 때려 더욱 속이 쓰렸다. 결국 한국은 8회말 대추격전에도 불구하고 7-8 한 점 차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한국은 호주에 패배하면서, 10일 일본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사실상 8강 진출을 물건너 간다. 일본의 선발 투수는 메이저리거 우완 다르빗슈 유다. 한국은 호주의 좌완 선발을 겨냥해 우타자 박건우를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시켰다. 지명타자 1순위였던 강백호는 좌타자라 벤치에 있다가 대타로 나섰다.
우완 다르빗슈 상대로 이강철 감독은 좌타자 강백호를 기용할까. 아니면 평가전과 호주전에서 3타수 1안타 1사구를 기록한 박건우를 지명타자로 계속 기용할까.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강백호의 주루사를 두고서 "강백호는 잘 치고, 세리머니를 빠르게 하다보니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 앞으로도 경기를 해야 하니까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를 바란다"고 감쌌다.
패배는 곧 1라운드 탈락과 다름없는 일본전, 강백호가 방망이로 만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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