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머니를 하다 아웃된 강백호(24·KT)의 황당한 주루사를 미국 언론도 조명하고 있다. 한국의 1라운드 탈락을 예견하는 불길한 징조로 해석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스포팅뉴스’는 10일(이하 한국시간) ‘한국의 강백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세리머니를 하다 잔인하게 태그 아웃됐다’며 ‘WBC를 보는 모든 젊은 선수들은 축하를 하기 전에 시간을 내도록 하라. 한국 내야수 강백호가 WBC 첫 경기에서 왜 그렇게 하는 게 중요한지 보여줬다’고 전했다.
강백호는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조별리그 첫 경기 호주전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4-5로 뒤진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린 강백호는 한국의 3루 덕아웃을 보며 환호하다 오른발 뒤꿈치가 베이스에서 살짝 떨어졌다.
호주 2루수 로비 글렌디닝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슬금슬금 다가가 등에 글러브를 갖다 댔다. 2루심이 세이프를 판정했지만 글렌디닝이 덕아웃에 강력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세이프가 태그 아웃으로 번복되면서 강백호는 황당 주루사로 물러났다. 기본을 망가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한국의 추격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다음 타자 양의지가 중전 안타를 치면서 강백호의 주루사가 더욱 아쉽게 됐다. 한국이 7-8, 1점차로 아깝게 패하면서 강백호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침체된 덕아웃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세리머니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니 패배의 원흉이 됐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국제대회이고, 중요한 첫 경기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 바람에 필요 이상으로 과한 비난을 받고 있다.
경기 후 글렌디닝은 “이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고, 강백호가 이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태그했을 때 그가 베이스에서 떨어진 것을 알았다. 리플레이로 명확하게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덕아웃에 비디오 판독을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은 “난 그 상황을 보지 못했다. 그 모든 플레이는 글렌디닝 혼자 한 것이다. 경기의 큰 터닝 포인트였고, 훌륭한 선수의 멋진 순간이었다”고 치켜세웠다.
스포팅뉴스는 ‘한국은 만회할 시간이 충분하지만 B조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1패로 시작하는 건 야망이 큰 팀에 불길한 시작이다. 이런 플레이를 하는 것은 폭풍 구름을 어둡게 할 뿐이다’며 첫 경기 호주전 패배 여파로 한국이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8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꼭 잡아야 할 경기를 놓쳤기에 충격이 크다. 분위기를 수습할 시간도 없이 한국은 10일 도쿄돔에서 WBC 우승 후보 일본을 상대한다. 한국은 좌완 김광현, 일본은 우완 다르빗슈 유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