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레전드 포수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한국 대표팀에 쓴소리를 던졌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 경기에서 7-8로 뼈아픈 패배를 했다. 한국은 10일 오후 7시 일본과 B조 2차전을 치른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2연패를 하면 이번 대회에서도 다음 라운드 진출이 어려워진다. 일본 선발투수는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팀 동료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타자들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전날 강백호처럼 2루타 후 세리머리를 하다가 아웃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용납될 수 없는, 마다른 골목에 몰렸다. KBO 통산 1449경기 타율 2할9푼6리 252홈런 860타점 레전드 포수 이만수 이사장은 호주전을 보고 한국 타선의 공격력을 못내 아쉬워했다.
이 이사장은 “호주 선수들의 타격하는 자세를 유심히 봤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다”면서 “한국과 호주의 비교를 투수와 타격으로 논한다면, 우리 투수들이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호주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타격은 호주보다 뒤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호주 타자들이 안타와 홈런을 많이 쳐서가 아니라 그들의 스윙을 보면 무엇이 우리들보다 나은지 보게 될 것이다. 호주 선수들이 어린시절부터 우리처럼 많은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야구 스타일은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이다. 적은 훈련양으로도 어린시절부터 기본기가 잘 다져 있어 나이가 들수록 급격하게 기량이 올라온다”고 살폈다.
한국은 호주 상대로 안타 7개(1홈런)를 쳤다. 호주는 안타 10개. 홈런은 3개가 있다. 지난 겨울 호주 프로리그에서 뛰다 온 질롱코리아 선수들은 하나같이 “호주 선수들은 거친 듯 보이지만 공격적이다. 시원하게 타격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이사장은 “일단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볼을 티에 올려놓고 타격연습을 시킨다. 그리고 두 번째가 타격할 때까지 많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타격자세를 가르친다. 즉 어린시절부터 타격할 때 제자리에서 타격하는 연습을 꾸준하게 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이 이사장은 “우리 타자들은 스윙이 대체적으로 크다다. 거기에 비해 이들 호주 타자들은 정말 짧은 스윙으로 나와 팔로우 스윙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바로 이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도 이들처럼 짧은 스윙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미 지도자들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왜 이들이 빠른 볼이나 체인지업 볼에도 잘 적응하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이사장은 “제대로 가르치고 제대로 된 기술을 선수들에게 전달했다면 지금쯤 한국야구는 세계 최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훈련으로 인해 기량이나 기술이 성장하지 않고 어린선수들에게 지치고 힘든 노동만 시킨 꼴이 된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강한 스파르타 식의 연습이 필요한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조심스럽지만 이 이사장은 자신의 의견을 이어 갔다. 그는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건방진 이야기 일지 모르겠다. 솔직히 많이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도자들이나 선수들이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훈련과 올바른 기술을 선수들에게 가르칠 수 있도록 먼저 지도자들이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한국이 국제 대회에서 고전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이 이사장은 “우리는 이기기 위해 어린시절부터 교육 받으며 자랐다.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갖다 맞추는 것은 정말 잘한다. 그러나 지도자는 좋을지 모르나 선수들에게는 마이너스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호주 야구는 적은 훈련양으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거기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나 선수 그리고 프런트는 깨달아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당장 눈 앞의 1승을 위해 달려갈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장래와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선수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 이사장은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면서 “삼진을 먹더라도 어린시절부터 과감하게 자기 스윙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야구를 사랑하는 후배지도자들이 지금도 후배 육성을 위해 땀흘리고 있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야구의 기본인 캐치볼과 스윙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으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해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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