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타석 만에 공식전 안타가 터졌다. 그런데 그 안타의 기쁨이 끝내기 도루 실패로 다시 내려앉았다. 충격의 패배와 마주했다. ‘푸른 눈의 태극전사’ 토미 현수 에드먼은 예열을 마치고 ‘천적’을 공략하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한국은 10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2차전 일본과 맞붙는다. 숙적 한일전의 의미를 되새기기 전에 한국의 대회 운명이 달린 경기다. 자존심보다는 이제 생존의 문제다. 이번 한일전의 선발 맞대결은 최고참들의 격돌이다. 한국은 김광현(35), 일본은 다르빗슈 유(37)가 나선다.
김광현의 역투는 당연하고 타선 역시 다르빗슈를 공략해야 승산이 있다. 지난 9일 호주전 7-8 패배로 이제 8강 탈락의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입장에서는 다르빗슈의 이름값과 미국과 일본 통산 188승의 커리어를 신경 쓸 처지가 아니다.
한국이 다르빗슈를 만난 것은 지난 2009년 WBC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다르빗슈는 5차례 열린 한일전 가운데 3번을 등판했다. 7이닝 4실점(3자책점)의 기록을 남겼다. 어려워한 편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쉬운 상대도 아니다. 당시와 지금의 다르빗슈는 완전히 다른 투수지만 다르빗슈를 만나 본 경험이 있는 타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특히 에드먼은 다르빗슈의 ‘천적’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세인트루이스에서 2019년 데뷔한 에드먼은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시카고 컵스를 자주 만난다. 2019~2020년 다르빗슈가 컵스 소속일 당시 에드먼은 다르빗슈와 익숙해졌다. 그리고 강했다. 다르빗슈가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뒤에도 에드먼은 다르빗슈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2019년 7타수 4안타를 기록했고 2020년 6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2021년 다시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16타수 6안타, 타율 3할7푼5리로 다르빗슈를 잘 공략했다.
에드먼의 과거와 자신감이 이제 표출되어야 할 때다. 오사카에서 열린 공식 평가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했던 에드먼이다. 하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리드오프로 나서면서 첫 안타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었다. 6일 오릭스와의 평가전 4타수 무안타 1삼진, 7일 한신전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역시 앞선 4타석에서 볼넷 1개만 얻어내는데 그쳤다가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뽑아내며 공식전 13타석 만에 안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9회 2사 후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아웃이 되면서 허무한 마지막 아웃카운트의 희생양이 됐다. 메이저리그 통산 도루성공률 85.9%(79도루/92시도)를 기록한 대도의 면모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르빗슈는 생소한 투수가 아니다. 에드먼은 많이 맞상대를 하면서 강했고 김하성은 다르빗슈와 샌디에이고 팀 동료다. 이러한 노하우들을 동료 선수들에게 전수하고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 전날의 끝내기 도루자는 잊고 이제 한국의 반등과 반격을 위해서 에드먼이 선봉에 나서야 할 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