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만 오면 논란의 중심에 선다. 프로 선배들 앞에서 당돌했던 강백호(24)였지만 태극마크를 달고는 당돌함의 선을 넘은 경솔함이 됐다.
강백호는 지난 9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첫 경기, 3-4로 재역전된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등장해 2루타를 쳤다. 좌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2루타.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이 절호의 기회는 한 순간의 실수로 물거품됐다. 강백호는 슬라이딩을 하고 베이스 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가운데서도 세리머니를 하기 바빴다. 발이 떨어진 줄도 몰랐던 것으로 보였다. 이 틈을 노려서 중계플레이로 공을 갖고 있던 로비 글렌디닝이 재빠르게 강백호를 태그했다. 호주 측의 비디오판독 요청으로 2루타는 아웃으로 변했다.
이 행동 하나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든 참사로 이어졌다. 후속 타자 양의지의 중전안타가 나왔기에 강백호의 아웃이 없었다면 4-4 동점이 될 수 있었고 분위기를 다시 바꿀 수 있었다. 적시타로 동점이 될 수 있었지만 강백호의 집중력 부재, 안일한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어진 8회초 양현종이 3점포를 얻어맞고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은 강백호 아웃 이후 이어진 흐름의 연장선이었다.
강백호의 ‘세리머니 아웃’은 많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과거를 소환시키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당시 6-10으로 패색이 짙어진 8회초, 덕아웃에서 껌을 씹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며 많은 이들의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도쿄올림픽 노메달이라는 참사가 유력해진 시점에서 강백호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껌씹기는 하나로 논란이 된 것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세리머니 아웃은 억울할 이유도, 변명할 이유도 없다. 명백한 강백호의 잘못이자 실수다. 언제 어디서든지 집중을 해야 한다는, 국제대회에서는 사소한 플레이 하나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디테일’을 지키지 못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는 잘 치고 세리머니가 빠르다 보니까 주루사가 나왔다. 앞으로 3경기를 더 해야 하니까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흐름을 끊은 통한의 실수”라면서 강백호의 플레이를 지적했고 MLB.com의 마이클 클레어 기자도 “한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일을 겪었다. 집중력 부족이 원인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며 두 눈을 의심했다.
강백호는 2018년 겁없이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당돌함을 무기로 선배들과 맞섰고 주눅들지 않았다. 강백호의 장점이자 매력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선을 넘을 경구 경솔함으로 변질될 위험도 안고 있었다. KT 구단도 언제나 이 점을 노심초사 했다. 그런데 강백호는 경건해야 할 태극마크 앞에서, 진중해야 할 국제무대에서 이 선을 넘어버렸다. 강백호의 행동은 당돌한 세리머니가 아닌, 경솔한 행동이었다.
강백호의 경솔했던 ‘세리머니 아웃’은 이제 한국 야구 국제대회 역사에 ‘박제’가 될 듯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하고 틈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줬다. 이제 한국은 10일, 대회 탈락 위기에서 한일전을 치른다. 그리고 대회 남은 일정에서 강백호는 어떤 모습으로 만회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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