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현역 빅리거의 침묵 속에 ‘야구야구 최강’ 쿠바가 조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쿠바 야구대표팀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경기에서 이탈리아와 연장 10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3-6으로 졌다.
연장 10회초 상대 작전에 허를 찔리며 3루 도루를 허용한 뒤 4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10회말 1점을 냈지만 이미 승부가 이탈리아로 넘어간 뒤였다. 8안타 3볼넷에도 잔루 9개를 남긴 타선의 응집력이 아쉬웠다.
쿠바는 전날(8일) 첫 경기였던 네덜란드전에도 2-4로 졌다. 산발 3안타, 득점권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믿었던 방망이가 2경기에서 각각 2득점, 3득점에 그치면서 쿠바 특유의 화끈한 공격 야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전에는 쿠바답지 않게 보내기 번트에도 적극적이었다. 3회 무사 1,2루, 5회 무사 1루에서 희생 번트로 득점권 찬스를 이어갔지만 후속 타자들의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1-2로 뒤진 7회 무사 1루에도 야디르 드레이크가 2~3구 연속 번트를 시도하는 등 경기 내내 강공보다 짜내기에 집중했다.
믿었던 타자들의 부진이 뼈아프다. 특히 현역 메이저리거인 3루수 요안 몬카다가 아쉽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7시즌 통산 82홈런으로 장타력을 과시한 몬카다는 네덜란드전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이어 이탈리아전에도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2경기 8타수 무안타로 부진이 깊다.
득점권에서 해결 능력이 아쉽다. 네덜란드전 5회 2사 2루, 이탈리아전 3회 1사 2,3루 찬스에 모두 3루 내야 뜬공으로 맥없이 물러났다. 5회 1사 1,3루에서도 파울팁 삼진을 당한 몬카다는 7회 2사 1,2루에서도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10회 무사 2루 승부치기에서도 유격수 땅볼로 아웃된 몬카다는 득점권에서 5타수 무안타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쿠바야구연맹은 이번 WBC를 앞두고 미국 정부와 협정을 통해 망명한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허가받았다. 몬카다를 비롯해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시애틀), 미겔 로메로(오클랜드), 로날드 볼라노스(캔자스시티), 외야수 루이스 로버트(화이트삭스)가 이번 쿠바 대표팀에 합류했다. 엘리아스는 이날 이탈리아전 선발로 나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로메로는 네덜란드전 구원 1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로버트는 2경기 연속 1안타씩 쳤지만 총 9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임팩트가 약하다.
쿠바는 앞서 4번의 WBC에서 모두 1라운드를 통과했다. 지난 2006년 첫 대회에 준우승을 차지했고, 2009·2013·2017년에는 모두 2라운드에 진출했다. 만약 이번에 1라운드에서 떨어지면 쿠바 WBC 역사상 최초의 조기 탈락이 된다. 2연패로 위기에 몰린 쿠바는 10일 파나마, 12일 대만 상대로 반전을 노린다. 침묵에 빠진 몬카다를 포함해 타자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