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을 하고 나서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
한화 포수 최재훈(34)은 지난 2021년 11월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5년 최대 54억원에 재계약했다. 그해 FA 1호 계약으로 대박을 쳤지만 ‘오버 페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FA 계약 첫 해부터 뭔가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 최재훈은 114경기 타율 2할2푼3리 81안타 5홈런 30타점 OPS .641로 기대에 못 미쳤다. ‘슬로 스타터’답게 8월 이후 38경기 타율 2할4푼5리 27안타 4홈런 13타점 OPS .794로 살아났지만 이미 한화는 최하위로 굳어진 뒤였다.
최재훈은 “좋은 FA 계약을 했기 때문에 첫 해부터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팀이 초반부터 잘 안 풀리다 보니 화살이 나한테 오는 느낌이었다. 내 것에 집중하면서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 실수했던 것 같다”며 “올해는 조금 더 크게 보고 있다. 나 혼자만 신경쓰지 않고 베테랑으로서 친구 (오)선진이, (채)은성이와 함께 팀 전체를 이끄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겨울 비시즌부터 최재훈의 팀을 위한 행보가 시작됐다. 대전에서 훈련하던 후배 선수들을 하나둘씩 모아 10명이나 자신이 운동하는 퍼스널 트레이닝 센터에 데려왔다. 너나 할 것 없이 토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뿐만 아니라 식사와 사우나까지 사비로 책임지며 후배들을 지원했다. 멤버 대부분이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이었는데 최재훈의 도움으로 어느 때보다 알찬 겨울을 보냈다.
최재훈은 “어린 선수들이 나름 열심히 운동하지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힘들면 쉬거나 빠지는 모습이 보였다. 안 되겠다 싶어 1명씩 센터로 데려와 운동했다. 우리 팀 미래인 선수들이고 다 같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했다. 한 달 넘게 운동하면서 힘든 과정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팀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선수들이 ‘좋아졌다, 감사하다’고 말할 때 정말 뿌듯했다”고 돌아봤다.
스프링캠프 기간에도 최재훈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 위해 일부러 추가 훈련을 자청하고 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고 따라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고 있다. 김정민 코치님과 함께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도 느낀다. 내가 놓치는 부분을 코치님께서 채워주다 보니 자청해서 하는 훈련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FA 80억 포수가 된 유강남(롯데)을 어릴 때부터 키웠던 김정민 배터리코치는 선수 시절 포함 처음으로 LG를 떠나 한화에 왔다. 최재훈은 “코치님께 새롭게 배우는 게 많다. 블로킹부터 캐칭까지 섬세하게 가르쳐주신다. 데이터 자료를 바탕으로 상대 타자들의 습성도 같이 분석하고 알려주신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화는 지난겨울 FA, 트레이드, 신인 등 새로운 선수들의 가세로 기존 멤버들이 자극을 받고 있다. 최재훈도 실감한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진짜 많이 연습한 게 느껴진다. 아직 부족한 것도 있지만 정말 좋아진 것이 보인다. 우리 팀 목표가 가을야구이지만 한 단계씩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 우리 세대가 은퇴한 뒤 지금 어린 선수들이 중심이 돼 우승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한화가 다른 팀이 더는 얕보지 않게 강해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동안 항상 슬로 스타터였는데 올해는 페이스를 더 빨리 끌어올리겠다. 시작부터 달릴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