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비었는데 왜 들어오질 못하니…이정후 간절했던 손짓도 소용없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3.10 09: 00

이정후의 간절한 손짓도 멈춰 있던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했다. 3루 주자 박해민은 비어있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1점차로 무릎 꿇은 한국으로선 아쉬운 순간이 되고 말았다. 
한국야구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첫 경기 호주전에서 7-8로 졌다. 8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꼭 잡아야 할 경기에서 투수진이 무너지고, 주루 미스를 반복하며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8회 3득점을 내며 1점차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한 끗이 모자랐다. 
4-8로 패색이 짙던 8회 한국은 토미 에드먼, 김하성, 이정후, 박병호의 4연속 볼넷으로 추격의 1점을 올렸다. 김현수의 1루 땅볼로 추가 득점을 낸 한국은 박건우의 몸에 맞는 볼로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오지환의 2루 땅볼로 1점을 더했다. 

대표팀 이정후가 패배를 아쉬워하고 있다. 2023.03.09 /spjj@osen.co.kr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쉬운 주루 플레이가 있었다. 오지환의 2루 땅볼 때 3루에서 홈을 밟은 이정후는 3루를 보면서 다급하게 손짓을 보냈다. 홈으로 들어오라는 사인이었다. 
그 순간 홈이 비어 있었다. 호주 포수 로비 퍼킨스가 백업 플레이를 위해 1루 뒤쪽으로 간 사이 투수 윌리엄 셰리프는 병살타를 기대했는지 마운드 근처에서 2루와 1루로 시선만 옮겼다. 순간적으로 홈 커버를 깜빡한 것이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이정후가 다급하게 3루를 향해 손짓을 했다. 3루에 간 박해민의 주력이라면 홈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박해민은 3루에 멈춰섰고, 한국은 동점 기회를 놓쳤다. 김혜성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만루에서 나성범이 3구 삼진을 당하면서 한국의 추격전도 끝났다. 
대표팀 선수들이 패배를 아쉬워하고 있다. 2023.03.09 /spjj@osen.co.kr
박해민이 3루에서 멈춘 데에는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일단 2루에서 3루로 뛸 때 박해민은 속도를 늦추고 1루 쪽 상황을 봤다. 병살타가 될지 말지 상황을 주시하면서 3루로 향했고, 김민호 3루 베이스코치도 멈춤 사인을 보냈다. 한 번 멈췄다가 홈으로 다시 가속을 내기가 어려웠다. 
한국은 앞서 5회 나성범이 견제사를 당했고, 7회에는 강백호가 2루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다 발뒤꿈치가 베이스에서 떨어져 어이없는 주루사를 당했다. 연이은 주루 미스로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에서 또 한번 무리수를 감행하기 쉽지 않았다. 만약 홈으로 뛰어들어 아웃되면 득점권 찬스에서 주루사로 이닝이 끝날지도 몰랐다. 위험 부담이 크긴 했다. 
다만 호주 투수와 포수 모두 1루에 시선이 쏠려 있었고, 홈 커버를 위해 방향을 틀어야 했다. 등지고 홈으로 들어와 송구를 받고 태그까지 해야 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박해민의 빠른 발과 슬라이딩 능력이라면 홈에서 충분히 세이프될 가능성이 높았고, 나아가 상대 실수를 유발할 수도 있었다. 
상대가 홈을 비울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지만 승부처였고, 모든 상황을 가정해서 움직여야 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KBO리그 최고의 주루 센스와 경험을 자랑하는 박해민이었다. 승부처에서 1점을 위해 대주자로 기용된 박해민이기에 순간 판단이 더욱 아쉽게 됐다. 
한국야구대표팀 박해민.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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