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KBO리그 최하위 한화 이글스에 두 번이나 완패했던 네덜란드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연승을 거두며 저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 2013년과 2017년 두 대회 연속 WBC 4강 진출 팀답게 본경기에서 진가를 발휘 중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두 번째 경기에서 파나마를 3-1로 꺾었다. ‘현역 빅리거’ 잰더 보가츠와 주릭슨 프로파가 나란히 홈런 포함 3출루 활약으로 네덜란드 승리를 이끌었다.
네덜란드는 전날(8일) 첫 경기에서도 쿠바를 4-2로 제압했다. KBO리그 KIA 타이거즈 출신 베테랑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가 2안타 1볼넷 3출루 활약을 펼쳤다.
2경기 연속 투수들의 안정된 릴레이 호투와 필요할 때 점수를 낸 타선의 집중력으로 이겼다. 2연승으로 A조 1위에 오른 네덜란드는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WBC 시작 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는 불안해 보였다. 안드렐턴 시몬스, 디디 그레고리우스, 블라디미르 발텐틴 등 미일 야구에서 활약한 주축 선수들이 6년의 세월이 흘러 전성기가 지났고, 에이스 투수였던 릭 밴덴헐크는 은퇴했다. 빅리거 마무리 켄리 잰슨도 1라운드 불참을 결정하면서 예전 같지 않은 전력으로 평가를 받았다.
대회 전 연습경기에서의 경기력도 썩 좋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22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KBO리그 최하위 팀 한화에 연패를 당했다. 첫 경기 1-4 패배에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선 4-15 대패를 당했다. 26일 LG 트윈스에 7-5로 역전승했지만 28일에는 키움 히어로즈에 2-8로 또 졌다.
이달 초 A조 조별리그가 열리는 대만으로 넘어온 뒤 이어진 연습경기에서도 2연패했다. 5일 푸방 가디언스에 1-2로 졌고, 6일에는 신생팀 타이강 호크스에 2-4로 무릎 꿇었다. 한국과 대만 프로팀들을 상대로 6경기에서 1승5패에 그쳐 불안함을 키웠다.
그러나 연습은 어디까지나 연습일 뿐이다.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네덜란드는 확 달라진 경기력으로 2연승을 달렸다. 약점으로 꼽혔던 마운드가 18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1.50으로 안정적이다. 2경기 연속 7~9회 1이닝씩 책임지며 리드를 지킨 케빈 켈리, 프랭클린 바 거프, 웬델 플로라누스가 필승조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덕아웃 분위기도 어느 팀보다 좋다. 파나마전에서 5회 홈런을 터드린 프로파는 덕아웃 앞에서 동료들과 호우 세리머니를 펼쳤다. MLB.com에 따르면 이날 경기 후 보가츠는 “우리는 어릴 때부터 퀴라소 섬 출신과 네덜란드 본토 출신이 서로를 상대로 경기했고, 이제는 한 팀으로 뛰고 있다. 서로 플레이하는 데 있어 정말 편안하다”며 “지금 난 지칠 대로 지쳤고, 매우 피곤하지만 재미있다. 아드레날린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함께 뛴 선수들의 팀워크가 탄탄하다.
경기 일정도 네덜란드를 돕는다. 10일 하루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한 뒤 11일 대만, 12일 이탈리아 상대로 8강 진출 확정을 노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