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의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 강정호는 조금 다른 시선을 보였다.
강백호는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첫 경기에 교체 출전해 황당한 본헤드플레이로 7-8 충격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른바 세리머니사(死)를 당하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경기 후에는 세계 야구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벤치에서 출발한 강백호는 4-5로 뒤진 7회말 1사 후 최정의 대타로 타석을 밟았다. 이후 볼카운트 2B-0S에서 호주 투수 워윅 서폴드의 3구째 체인지업을제대로 받아쳐 2루타를 치며 이강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3루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잠시 2루 베이스에 떨어졌고, 그 사이 2루수 로비 글렌디닝의 글러브 태그에 아웃을 당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비디오판독 끝 발이 떨어진 순간 태그가 이뤄진 게 확인되며 이름도 생소한 세리머니사를 당했다. 후속 양의지가 안타를 쳤기에 강백호의 본헤드플레이를 향한 아쉬움과 질책은 더욱 커졌다.
프로 선수로서 나와서는 절대 안 될 플레이였다. KBS 해설위원을 맡은 ‘코리안특급’ 박찬호는 “너무 기쁜 나머지 주체를 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이 나오면 안 된다”라고 쓴소리를 날렸고, 외신들 또한 “보고도 믿기 힘든 장면이다. 집중력 부족이 원인이다. 한국 팀은 최악의 일을 겪고 말았다”라고 강백호의 안일한 플레이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강정호의 의견은 달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년 WBC,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경기 후 개인 SNS 라이브방송을 통해 호주전을 리뷰하면서 강백호의 실수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강정호는 “강백호는 너무 잘하죠”라고 운을 떼며 “잘하는데 아직 대표팀 경험이 많이 없다.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나가서 (안타를) 치고 나가면 당연히 흥분되니까 그럴 수 있다. 그러면서 경험이 쌓이는 것이다”라고 후배를 격려했다.
사령탑도 강백호가 빨리 실수를 잊고 일본전을 포함 남은 3경기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강백호는 잘 쳤고 세리머니가 빠르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 앞으로 3경기를 해야 하니까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호주전 충격패로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한국은 10일 일본과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일본의 우완 선발 다르빗슈 유를 맞아 강백호의 선발 출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호주전 실수를 교훈 삼아 국가대표다운 성숙된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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