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도쿄(일본), 조형래 기자] 리그 최고의 타자이자 국가대표 안방마님이었다. 그런데 국가대표 1할 타자이기도 했다. 그동안 국가대표에서 부진을 거듭했던 양의지(36)가 WBC가 응어리를 푸는 듯 했다. 하지만 3피홈런8실점에 모든 것이 묻혔다. 양의지는 결국 자책했다.
한국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7-8로 패했다. 호주전 승리로 8강만 바라보던 한국은 대량실점에 발목이 잡혔다.
양의지는 그동안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 포수였지만 국가대표만 오면 부진을 거듭했다. 국가대표 무대에서 31경기타율 1할6푼9리(83타수 14안타)에 그쳤다.
양의지 스스로도 답답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날 타격감이 괜찮았다. 3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담장까지 간 타구였다.
두 번째 타석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 타선은 좀처럼 힘이 없었다. 한국은 호주 선발 잭 오로클린, 두 번째투수 미치 뉸번에게 5회 1사까지 퍼펙트로 끌려다녔다.
그러다 5회말 1사 후 김현수가 볼넷으로 첫 출루에 성공했고 박건우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최정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양의지가 좌완 다니엘 맥그래스를 상대로 좌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3-2로 역전시키는 천금의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2015년 WBSC 프리미어12 대회 이후 8년 만에 터진 국제대회 홈런이었다.
실타래처럼 꼬였던 경기는 양의지의 한 방으로 분위기가 반전됐고 한국이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후 박병호의 적시 2루타로 4-2까지 앞서나갔지만 이후 3점포 2개를 얻어 맞았고 뒤이어 추격을 했지만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4-5로 역전을 허용한 뒤 맞이한 7회말 1사 후 강백호가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2루에서 어처구니 없는 주루플레이를 펼치면서 아웃됐다. 양의지 타석 바로 앞에서 동점 기회가 날아갔다. 양의지가 중전 안타를 쳤기에 적시타로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무산됐다. 이 1점이 엄청난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이후 8회 2사 1,3루 기회에서 양의지는 대타 김혜성으로 교체되면서 빠졌다. 이강철 감독은 홈런 친 양의지까지빼 가면서 대역전극을 노렸지만 무위로 끝났다.
응어리는 풀었지만 결국 팀 전체가 웃지 못했다. 포수로서 3피홈런 8실점의 책임을 피해가긴 힘들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양의지는 "홈런은 쳤지만 투수들을 잘 리드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라면서 "남은 경기 전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jhrae@osen.co.kr